고정이하여신 한 해 동안 6500억↑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우려 현실로
고금리에 한숨 쉬는 동네 사장님들
국내 은행들이 자영업자에게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부실이 한 해 동안에만 6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1조8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가 몰아쳤던 10여년 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년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이 끝나자마자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금리 터널 속에서 동네 사장님들의 한숨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20개 모든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1조85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0%(6524억원) 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겪었던 2009년 3분기 말(1조9712억원) 이후 최대치다.
금융사는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 자영업자 대출에서의 고정이하여신이 546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3.0%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KB국민은행도 2935억원으로, NH농협은행 역시 1679억원으로 각각 35.1%와 98.8%씩 해당 금액이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신한은행(1350억원) ▲우리은행(1216억원) ▲하나은행(1194억원) ▲Sh수협은행(1087억원) ▲iM뱅크(893억원) ▲BNK부산은행(698억원) ▲BNK경남은행(466억원) 등이 개인사업자대출 고정이하여신 액수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사라진 직후 부실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오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미는 형국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는 자영업자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치솟은 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출 이자가 쌓이고, 이로 인해 차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로 빚으로 버텨 온 자영업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 338조4540억원 정도였던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2년 만인 2021년 말 422조9712억원으로 400조원을 크게 뛰어넘었고, 이후로도 증가세를 지속해 지난해 말에는 450조2325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영업 차주를 중심으로 한 대출의 질 악화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은 우려를 한층 키우는 대목"이라며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연착륙과 동시에 리스크 완충을 위한 또 다른 현실적 대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