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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단식합니다, 도파민 단식” [도파민 탐닉 사회③]


입력 2024.07.26 14:02 수정 2024.07.26 14:0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7일간의 도파민 단식 일기

얼마 전 이사와 함께 거실에 큼지막한 TV를 새로 장만해 달았다. ‘이렇게 비싼 가전은 신혼살림 차릴 때나 사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TV를 설치하면서 생각했다. 직업 특성상 콘텐츠를 자주 봐야 하니, TV는 내 업무의 질을 상승시키기 위한 도구이지 않은가!


더구나 침대에 누워서도 휴대전화로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유영하느라 잠 못 드는 상황에서, TV 앞에 (불편하게) 앉아서 콘텐츠를 즐기고 편하게 잠자리에 들겠다는 합리화도 곁들였다. 일부러 TV 앞에 자주 앉지 않기 위해 가지고 있던 소파도 중고 장터에 나눔했다.


결과는 예상하는 대로다. TV는 24시간 내내 불을 밝히고, 리모컨은 항시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 심지어 TV를 보고 싶어서 소파도 없는 딱딱한 바닥에 누워서 잠드는 일도 허다했고, 침대에 눕고 싶은 욕구를 꾸역꾸역 참기도 했다. 너무 졸린 날엔 거실에서 TV로 즐기던 콘텐츠를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로 이어보는 식이다. 고기든, 콘텐츠든 ‘흐름’이 끊기는 건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참아가며 자극적인 콘텐츠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잦았음에도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을 실감하진 못했다. 오히려 이렇게 잠을 자지 않아도 다음 날 일하는 모습을 대견하게 여겼다. “어? 제법 프로답잖아? 훗”하고.


그런데 이번 시리즈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힘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한 심리 전문가의 말에 ‘스스로 중독에서 벗어나기’를 결심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자극을 제거하기 ▲충동 의식하기 ▲행동 대체하기 등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도파민 단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했다. 기간은 일주일로 정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다. 업무의 특성상 항상 노트북 앞에 앉아있어야 하고, 콘텐츠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멈출 수 없다. 흔히 도파민 단식의 첫 단계로 읽히는 디지털 디톡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무작정 휴대전화를 상자에 넣어두는 방법 대신, 내 상황에 맞는 플랜을 짰다.


먼저 ‘침대에서 휴대전화 만지지 않기’다. 가장 큰 문제였던 수면의 질을 높이고, 다음날 업무에 타격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밤늦게 카톡이 울리거나, 앱 알람이 울리면 버릇처럼 휴대전화에 자꾸 손이 가는 바람에 실패의 위기를 수없이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반절의 성공이라고 평하고 싶다. 휴대전화가 없으니 1시간도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문제는 휴대전화를 만지고 싶어서 침대에 최대한 늦게 누웠다는 점.


두 번째 도전 과제는 ‘쇼핑 억제’다.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광고에 노출되는데 이것도, 또 저것도 온통 필요한 것들처럼 보인다. 충동구매를 밥 먹듯 해왔던 과거의 문제를 정의하고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광고를 보지 않을 순 없으니, 구매 페이지까지 가지 말자는 것을 나름의 규칙으로 정했다. 구매 충동이 나올 때마다 집안일 한 가지를 해내는 것을 대안 삼았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불필요한 쇼핑으로 쓴 돈은 ‘0원’이었고 평소라면 쌓여있었을 집안일도 겸사겸사 모두 해치웠다.


세 번째 도전 과제는 영상 시청, SNS 이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잠자리에 들기 직전 짧은 독서를 했다. 일주일 동안 주말 이틀을 제외하면 성공이다. 일도 주5일제니까, 도파민 단식도 주5일로 내적 합의를 봤다. 그래도 침대 협탁에 올려놓고 읽지 못했던 소설을 드디어 완독했다.


사실 이 정도의 도전을 ‘도파민 단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머쓱하긴 하다. 별 건 아니지만 내가 정해놓은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제법 크다. 특히 책읽기와 같은 ‘온전한 몰입’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의도적으로 쇼핑 욕구를 참아내면서 오는 희열까지. 무리해서 도파민 단식을 하진 않더라도, 주1회 도파민 단식 데이를 갖는 등 나만의 기간을 설정하고 루틴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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