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유입액·거래량,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대비 17~20% 수준
시장 반응 엇갈려..."스테이킹 옵션 제외 치명적"vs"시총 감안하면 성공적"
미국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첫 날 1억 달러가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첫 날 순유입액(6억 달러)의 약 17%에 달하는 수치다.
24일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9종 이더리움 현물 ETF 첫 거래일인 23일(현지시간) 9종 ETF에 총 1억660만 달러(약 1477억원)가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첫 날 순유입액인 6억2500만 달러(약 8655억원)의 17.06% 수준이다.
가장 순유입 규모가 컸던 ETF는 블랙록 ETHA(2억665만 달러)였다. 이외 ▲비트와이즈(ETHW) 2억400만 달러 ▲피델리티(FETH) 7130만 달러 ▲프랭클린(EZET) 1320만 달러 ▲반에크(ETHV) 760만 달러▲아크 21셰어스(CETH) 750만 달러 등이 순유입됐다. 반면 그레이스케일 ETHE에서는 4억8410만 달러 순유출이 나타났다.
그레이스케일은 블랙록·비트와이즈 등 다른 자산운용사와 달리 이더리움 현물 ET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승인되기 전부터 장외거래 형식으로 ETF를 운용해왔다. ETHE는 신규 ETF 대비 운용 수수료가 비싸, 다른 ETF로 이동하려는 목적에 자금 유출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던 지난 1월에도 그레이스케일 GBTC에서만 자금이 순유출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자금 유입액은 비트코인 현물 ETF와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코인마켓캡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규모는 24일 오후 1시 기준 1조3020억 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 시총은 4140억 달러로, 비트코인 대비 31.79% 수준이다. 9종 이더리움 현물 ETF의 첫 거래일 거래량은 10억1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평가는 엇갈린다. 앞서 가상자산 마켓 메이킹 업체 윈터뮤트는 보고서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는 시장 예측보다 수요가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이 성공적으로 자리잡힌 반면, 이더리움의 경우 투자자들이 매수할 근거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ETF에서 빠진 스테이킹 옵션도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더리움의 경우 스테이킹(예치)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통해 가격 상승 외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는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번 현물 ETF에 스테이킹 옵션을 허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는 "출시 첫 날 거래량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블록버스터급 데뷔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흥행 기록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나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단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은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덧붙였다.
정석문 프레스토랩스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거래 성적을 수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테이킹 옵션을 포함한 ETF가 더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이더리움 현물 ETF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더리움이라는 자산에 대한 이해도"라고 말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도 "이더리움은 시가총액, 선물 시장, 거래량 등에서 비트코인의 25~50% 수준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와 비교하면 자금 유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총 운용 자산(AUM) 차이를 감안하면, 첫 거래일의 자금 유입 규모가 반드시 제한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