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친환경 대회’를 기치로 내건 ‘제33회 파리 하계올림픽’이 정작 선수들에게는 최악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수영대표팀의 핵심 전력들인 김우민·황선우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지나친 친환경-저탄소 추구 정책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남자 자유형 400m 출전을 앞둔 김우민은 전날 프랑스 파리 오네수부아 라데팡스 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버스 안이 너무 덥다. 에어컨은 켤 수도 없고, 창문도 열지 못하게 해서 내부 온도가 정말 높다. 훈련 전부터 힘을 다 빼는 느낌이다. 다른 나라 선수는 버스에서 쓰러졌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밝혔다.
수영 남자 200m 자유형 출전을 앞둔 황선우도 “버스가 정말 심각하다. 사우나 같다”고 말했다.
선수촌 숙소에서 아레나까지는 차로 20분 거리지만, 셔틀버스 노선을 따르면 두 배 이상 소요된다. 긴 배차 간격까지 감안했을 때, 1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하고, 회복을 위해 1시간이라도 더 휴식을 취해도 모자랄 시점에 버스가 우회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더 가혹한 것은 버스 내부 환경이다.
'친환경'을 외치는 파리올림픽 조직위는 "선수촌에 저탄소 냉각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자랑하며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참가국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그제야 자체 냉방 도구를 허용했다. 한국 선수들은 냉풍기나 냉각 조끼 등을 가져가 버티고 있지만, 친환경-저탄소에 매몰된 조직위의 일방적 태도에 각국 선수단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저탄소-친환경 정책을 추구한다는데 만류할 관계자들은 없다. 도를 넘어선 것이 문제다.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 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조직위의 책무인데 오히려 파리조직위의 무리한 친환경-저탄소 정책은 선수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올림픽 기간 파리의 평균기온은 섭씨 40도, 습도 80%로 도쿄올림픽보다 더 덥고 습한 ‘폭염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열사병으로 인한 선수의 부상이 늘거나 불볕더위로 인한 경기일정 변경도 우려된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지켜야 하는 미션처럼 여기는 친환경-저탄소 기조 아래서도 정작 스폰서십은 항공(에어프랑스)과 항만(CMA), 철강 등 탄소집약도가 높은 산업 분야의 대표 기업들과 계약을 맺었다. 올림픽이 글로벌 기업에 친환경 이미지를 입히는 ‘그린 워싱’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지나친 저탄소 타령에 선수들은 지쳐가고 있고,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올림픽의 가치가 더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