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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나누는 대구의 아지트 ‘더폴락’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7.26 14:00 수정 2024.08.09 15:1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방지기의 이야기⑨] 대구 더폴락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친구들과 취향 나누고파 시작한 공간…대구 대표 독립서점으로 성장


대구 향촌동의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더폴락은 우선 외관에 먼저 매료되는 예쁜 서점이다. 큰길과는 거리가 있어 ‘이런 곳에 서점이 있을까’ 싶지만, 골목길을 조금만 들어가다 보면 작은 마당에 아기자기한 소품과 개성 넘치는 독립출판물로 가득한 더폴락을 만날 수 있다.


더폴락은 지난 2012년 대구에서 문을 연 대구 최초의 독립서점이다. 지금의 김인혜, 최성 대표를 포함해 5명의 친구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는 긴 시간 이어지게 됐다.


친구 또는 취향이 비슷한 이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하고, 또 활동하는 아지트로 시작을 한 만큼, 지금도 두 대표의 개성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엽서 또는 지역의 음악인들이 만든 음반 등 대중적이진 않아도, 색깔이 뚜렷한 직접 만든 작품들이 더폴락을 채우고 있다.


‘당신의 호작질을 응원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운영이 되는 더폴락의 색깔에 대해 김 대표는 “‘호작질’이라는 건 ‘손장난;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조금은 장난스럽지만 작은 것이라도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썼다. 독립출판물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 것이지 않나. 창작하는 행위를 응원하는 말이자, 창작자 개개인을 응원하는 말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립출판물의 매력


더폴락에서는 여느 서점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책들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더폴락의 도서에 대해 “독립 출판의 성격을 잘 담고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평소 잘 못 보는 책들을 보여주고 싶다. 형태가 독특하거나 혹은 담은 내용이 개인의 내용을 담고 있거나. 독립출판만이 가진 특성들이 있는데, 그게 잘 담긴 책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좀 특이한 책들도 있다. 때로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기기도 하고, 또 소수자의 이야기가 담길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형 서점에서 만나던 책과는 달라 조금은 낯설 수 있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더폴락을 좀 더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것이 동네서점의 강점이자, 더폴락의 강점이라고 여겼다. 그는 “너무 힘주지 않아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더폴락의 원동력을 짚었다.


처음 친구 5명이 모여서 시작한 더폴락에 2명의 대표만이 남았지만, 지금처럼 색깔을 잘 유지하며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다. 더폴락만의 매력을 유지했기에 느낄 수 있는 보람과 뿌듯함도 있다.


김 대표는 “우리 서점을 통해 독립 출판을 알게 됐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직접 글을 써 보는 워크숍을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 독립 출판을 해 보는 사람이 생겼다. 서점이 오래되다 보니까, 아이 손을 잡고 와서 ‘예전에 내가 여기 와서 무엇을 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때 뿌듯함을 느낀다. 사실 10년이 넘다 보니 습관적으로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그럴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나아가 지역 음악인들의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10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하며 지역예술인들과 함께 협업을 하는 등 더폴락은 서점을 넘어 대구 문화 공간의 역할도 소화 중이다.


이 의미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여러 방식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 아직 최 대표와 의논 중이지만, 공간을 이동하거나 혹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대구 출판인과 음악인을 소개하는 방식까지. 여러 방법들을 고려하며 더폴락의 다음을 고민 중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모여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또 직접 독립출판물들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는 더폴락만의 강점은 계속될 것이다. 김 대표는 “독립출판물들은 꼭 긴 글로만 이뤄져 있지 않다. 그림으로 구성이 된 책도 있고, 혹은 디자인이나 질감이 독특한 책도 있다. 그 매력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저도 유튜브나 OTT 영상 같은 것을 보지만, 책이 가진 장점은 확고하다고 본다. 그 안에서 독립출판물의 매력도 그렇다. 또 다른 재밌는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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