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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복 감독, ‘스위트홈3’ 호불호에도 흔들림 없는 이유 [D:인터뷰]


입력 2024.07.28 14:15 수정 2024.07.28 14:1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더 궁금하게 만들고파…좋은 질문을 던지는 게 드라마라고 여긴다.”

‘스위트홈’ 시리즈는 이응복 감독에게 어려운 도전이었다. “후회막심”이라고 표현할 만큼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새 시도’를 마무리한 것에 감사했다. 시즌2, 3는 시즌1만큼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창작자들에게 ‘크리처물’의 가능성을 연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감사한 도전이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스위트홈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지난 2020년 시즌1이 공개된 이후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K-콘텐츠의 강점을 제대로 각인시켰었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내게 ‘스위트홈’은 후회막심”이라고 표현해 궁금증을 유발했던 이 감독은 “그만큼 어렵고, 치열했던 도전”이라고 지난 5년간의 여정을 설명했다.


“아쉬운 건 물론 많다. 새로운 길에 도전을 했는데, 겁이 너무 없었던 것 같다. 처음 시작을 결정하고 나서 이후에 주요 스태프들이 ‘이쯤에서 그만둬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할 만큼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한 감정 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커질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그럼에도 하나씩 해낼 때마다 느끼는 즐거움도 있었다.”


‘스위트홈’ 시즌1 이후 ‘경성크리처’, ‘기생수: 더 그레이’ 등 다양한 크리처물들이 시청자들을 만났다. 국내에서는 시도되기 ‘어려운’ 장르로 꼽혔지만, 지금은 관련 경험들이 쌓이면서 창작자들도 전보다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스위트홈’의 시즌2, 3가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유발하며 ‘세계관이 빈약하다’, ‘시즌1의 개성이 사라졌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스위트홈’ 시리즈가 남긴 의미는 분명하다고 믿었다.


“시즌1 공개 당시에만 해도 새 시도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있었다. 시즌2, 3로 제작이 된 것에 대해선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 마니아 장르였던 크리처물을 전 세계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신 것도 신기하다. 시즌2를 제작하며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시행착오를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다. 들어보니 지금 크리처물이 많이 기획 되고 있다더라. 다른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그런 것들을 간절히 기대를 하고 있다.”


스케일을 키우게 되면 유발될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예상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렇듯 큰 규모의 장르물을, 길게 끌어간 사례가 없었고, 이에 이 감독 또한 어려움을 느끼며 이야기 확장을 고민했다. 결국 이 감독은 해외의 성공 사례를 따라가기보단, 한국형 크리처물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밀폐된 공간이 배경이 되면, 제작비도 덜 들지만 캐릭터적으로도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광활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워킹데드’처럼 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 준비가 돼 있진 않았다. 그래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고 싶었다. 스타디움 지하 벙커가 배경인 이유가 그랬다. 한국적인 특수성도 보여줄 수 있다고 여겼다. 나갔다 들어오는 이야기로 그려보고자 했다. 또 코로나19 시기 한국의 대응에 감동을 받았다. 위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처럼, 세상이 망해도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시즌1의 인물들을 더 궁금해하시기 때문에, 다른 인상을 받으신 것 같다. 그런 예상은 하지 못했지만, 저로선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이야기 흐름에 있어선 새로운 분들이 역할을 잘해주셨다고 본다.”


‘잔혹하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스위트홈’ 시리즈의 ‘본질’은 ‘인간애’라고도 설명했다. 크리처물의 장르적 재미만이 아닌, 인물들 간의 쌓인 관계와 감정에서 나오는 여운이 이 시리즈만의 강점이라고 여긴 것이다. “시즌3는 나도 밥 먹을 땐 못 본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리얼함이 중요하다고 여겼었다. 인물들이 갖는 감정이라던가, 여러 요소들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선 또 정확하게 보여주는 게 필요했다. 시즌1 팬들은 인물들이 다시 모이는 과정에서 짧고 강렬한 느낌을 느끼셨을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 부분이 설레고 좋았다. 괴물화 사태 본질을 알려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재미는 룰을 이해할 때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스위트홈’'은 다른 크리처물과는 달리 누가,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의 숙명, 싸우는 사람들의 인간애가 회복되기를 바랐고 그런 것들이 재미라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신경 쓰기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드라마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하며 흥행 감독으로 알려진 이 감독이지만, ‘호불호는 인기 작품에도 있었다’라며 뚝심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스터 션샤인’ 1회 때도 반응이 좋진 않았다. 어렵다는 말도 있었고,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백정이었다. 뭔가를 더 궁금하게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시대가 변하고, 흐름도 바뀌었다. AI 관련해 뭐가 많이 나오기도 하고. OTT, 지상파 가리지 않고 그 안에서 질문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궁금해하시고 찾아보게 하고 싶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게 드라마라고 여긴다. 그게 낯설어서 재미가 없다고 해도 도전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담론이 나왔으면 한다. ‘미스터 션샤인’ 초반 전투씬이 꽤 길었다. 주인공이 많이 나오지 않고. (그 시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그런 전쟁의 이면이나 백정의 삶을 궁금해 할 수 있다는 거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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