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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株, 호 실적에도 외풍에 ‘휘청’...증권가 “반등 여력 충분”


입력 2024.07.29 07:00 수정 2024.07.29 09:08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삼전·SK하닉, 2Q 실적 발표 후 주가는 뒷걸음질

美 대선 변수에 빅테크주 약세 전환 악재로 작용

업황 개선 전망 여전…“저가 매수 기회 활용해야”

반도체 칩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감에 거침없이 질주하던 반도체주가 미국 대선 변수라는 외풍에 제동이 걸렸다. 2분기 호 실적을 바탕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주가가 오히려 뒷걸음질친 가운데 증권가는 반등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22~26일) 삼성전자 주가는 4.15%(3500원·8만4400원→8만900원) 하락했다. 이 달 들어 종가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10일(8만7800원)과 비교하면 7.86%(6900원) 떨어졌다.


지난 5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호 실적(매출 74조원·영업이익 10조4000억원)을 내놓은 뒤 오름세를 보이며 9만원선 회복 기대감이 커졌지만 다시 우하향하면서 이제는 8만원선 수성도 불투명해졌다.


이같은 양상은 삼성전자와 함께 대표 반도체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주간 8.45%(1만7700원·20만9500원→19만1800원) 떨어지면서 20만원선이 붕괴됐다.


특히 지난 25일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회사의 2분기 매출은 16조4232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치를 새로 썼고 영업이익은 5조4685억원으로 지난 2018년 2분기(5조5739억원)와 3분기(6조4724억원) 이후 6년 만에 분기 5조원대를 기록했다.


이날 개장 직전 호 실적을 공시했지만 주가는 속절없이 뒤로 밀렸다. 이날 주가는 8.87%(1만8500원·20만8500원→19만원)나 하락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던 지난 2020년 3월18일(-9.08%)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음날인 26일에는 0.95%(19만원→19만1800원) 소폭 상승했지만 장중에는 18만6100만원(-2.05%)까지 떨어지면서 2개월 반 만에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대표 반도체 장비주인 한미반도체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주가가 8.94%(1만3500원·15만1000원→13만7500원) 떨어졌다. 지난달 17만~18만원대에서 움직였던 것을 감안하면 완연한 하락세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향후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상황에도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외부 변수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올 하반기 글로벌 증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미국 대선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피격 사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후보 교체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미국와 한국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연합뉴스

특히 당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판하며 집권시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 의사를 드러내면서 반도체 산업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완이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위시한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워낙 많이 상승한 탓에 최근 조정을 보인 점도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의 주가 약세에 일조했다.


지난 25일 SK하이닉스가 호 실적에도 4년 4개월 여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날 국내 증시에 앞서 마감한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6.80% 하락한 것을 비롯, AMD와 브로드컴이 각각 6.08%, 7.59% 떨어졌다.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주의 하락이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냉각시킨 셈으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기준) 부터 25일 사흘간 8.63%(472.47포인트·5477.83→5005.36)나 하락하며 500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주 마지막날이었던 26일 1.95%(97.77포인트·5005.36→5103.13) 반등하며 일부 회복했지만 지난 10일(5904.54) 600선을 바라봤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반도체의 주가 흐름이 다소 부진하지만 이는 외부 변수에 따른 것으로 업황과 실적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인 만큼 목표주가와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는 만큼 투자자들로서는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기라는 판단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인해 사이클의 피크아웃 우려 제기되나 내년까지의 이익 성장세를 고려하면 이를 논하기에 너무 이른 시기”라며 “주가 조정기를 매수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빅테크 주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의 근간이 되는 인공지능(AI)이 사이클의 정점이 지나지 않았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은 항상 수익화보다는 매출과 점유율에 중점을 둔 확장 전략을 사용해 왔고 그 결과 지금의 지위를 획득한 만큼 AI투자에 대해서도 이러한 전략을 포기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AI 투자가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확신이 강화된다면 이와 관련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재차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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