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파리 피플] 반효진·오예진·허미미·김제덕·신유빈…2000년대 세대가 일으킨 유쾌한 돌풍


입력 2024.07.31 10:11 수정 2024.07.31 12:31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사격 반효진. ⓒ 뉴시스

대한민국 선수단의 2024 파리올림픽 초반 돌풍은 2000년대 생들이 일으켰다.


대회 초반이지만 2000년대 생들의 패기는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쓸어 담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개막 전 예상했던 금메달 5~6개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금메달 5개, 은메달과 동메달도 각각 3개로 종합 5위를 달리고 있다.


2000년대 생들의 시상대 태도나 시상식 후 소감도 톡톡 튀어 이목을 끌어당긴다.


파리올림픽부터 허용된 포디움에서의 셀카 촬영에도 적극 나선다.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경쟁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엄숙하고 진지했던 과거 세대들이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눈물을 펑펑 쏟은 뒤 소감을 말할 때 “대한민국”을 먼저 말한 것과 달리 “나의 노력이 보상을 받은 것 같다”가 먼저 나온다. TV를 통해 시청하는 국민들도 “너무 보기 좋다”, “정형화 된 소감이 아니라서 맛이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역시 ‘한국 선수단 최연소’ 반효진(2007년생).


반효진은 지난 29일 한국 사격 공기소총 여자 10m 경기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0.1점 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9월생인 반효진은 16세 10개월의 나이로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획득, 역대 하계 올림픽 한국 선수 최연소 우승 기록을 썼다. 고교 2년생 반효진은 "빨리 한국에 가서 피자, 떡볶이, 마라탕을 먹고 싶다"는 풋풋한 소감을 남겼다.


같은 사격에서 10대 선수의 금메달이 또 나왔다.


세계랭킹 35위로 많은 주목을 받지 않았던 오예진(2005년생)은 지난 28일(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펼쳐진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오예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50m 권총 진종오 이후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에 오른 뒤 선배 김예지를 밀어내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감격의 눈물을 닦은 뒤 오예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새콤달콤 레몬맛을 먹었다. (주머니에) 쓰레기 있다”고 웃었다. 이어 “원래 좋아했는데 먹고 경기에 나서면 뭔가 잘 되는 것 같아 그 뒤로 계속 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쟤는 어디까지 성장할 생각이야?'라는 말을 듣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목표도 밝혔다.



사격 오예진. ⓒ 뉴시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허미미(2002년생)도 아쉬움을 삼키고 시상대에서 셀카를 함께 찍으며 활짝 웃었다.


일장기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한 허미미는 30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펼쳐진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골든스코어(연장전) 접전을 벌인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유도에서는 한 선수가 '지도'(옐로 카드) 3개를 받으면 반칙패로 승부가 끝난다.


심판의 갑작스러운 지도 판정에 허미미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이는 데구치는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에도 웃지 못했다. 그만큼 심판의 판정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고개를 갸웃하던 김미정 감독은 눈물을 훔치는 허미미를 안고 위로했다.


그러나 허미미는 “내가 부족했다. 더 보완하겠다”며 훌훌 털어버렸다. 그러면서 시상대에 올라 데쿠치 등과 어깨를 맞대고 환하게 웃으며 셀카도 함께 찍었다.


'나'를 먼저 앞세운 유쾌한 소감 속에서도 2000년 생들은 ‘하나’를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때 최연소 금메달을 땄던 김제덕(2004년생)은 여느 때와 같이 활기가 넘쳤다.


김제덕은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펼쳐진 열린 양궁 남자 단체전에 출전, 김우진(청주시청), 이우진(코오롱)과 함께 금메달을 쐈다. 2020 도쿄올림픽 2관왕에 올랐던 김제덕의 개인 세 번째 금메달이다.


도쿄올림픽 당시 파이팅의 아이콘이 됐던 김제덕은 파리에서도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특유의 파이팅 기합 소리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프랑스 홈 팬들의 응원 소리가 컸지만 한국 선수들의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시상을 마치고 포디움에서 내려온 김제덕은 “형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결과다. 형들이 기합을 넣어줬다. 우리가 하나가 아니었다면 절대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신유빈-임종훈. ⓒ 뉴시스

탁구에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안긴 신유빈(2004년생)도 유쾌한 세리머니와 함께 ‘하나’를 강조했다.


신유빈은 임종훈과 함께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펼쳐진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켑 조를 게임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완파했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탁구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신유빈은 “오빠랑 이렇게 한 포인트 한 포인트 한 경기 만들어 가다 보니까 이렇게 메달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함께해서 이룬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종훈이 셀카용 휴대폰을 잡은 채 포디움 좌우를 오가면서 셀카 타임을 즐겼다. 북한의 리정식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지만 김금용은 미소를 지으며 촬영에 나섰고, 뒤에 선 왕추친 쑨잉사도 환하게 웃었다.


다소 엄숙하거나 진지하고, 신성시했던 시상식 분위기에서 벗어나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포디움에서 함께 셀카(파리올림픽부터 허용) 찍는 여유를 보이며 기쁨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우리 2000년대 생들의 활기는 파리올림픽에서 나타나는 인상적 현상 중 하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