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1조7978억…전년比 93.7%↑
고금리 장기화로 건전성 관리 부담 확대 영향
손실 비용 증가로 상각 규모는 오히려 감소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동안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을 헐값에 팔아 치운 금액이 한 해 전보다 두 배 가까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출자들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악성 채권이 쌓이고 있는 탓이다.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1조79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7%(8698억원) 늘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손실(상각) 처리하거나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넘겨 건전성을 관리한다. 이에 따라 재무상태표에서 부실채권이 제외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3726억원으로 200.5%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신한은행(4285억원·138.2%) ▲하나은행(5737억원·62.5%) ▲우리은행(4230억원·56.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부실채권 매각 규모를 확대한 배경엔 길어지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연속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융 비용이 치솟았고 원리금(원금+이자) 상환 여력은 갈수록 악화했다. 은행들은 보유한 대출의 질이 저하되자 건전성 관리를 위해 수 년 째 대규모 상·매각을 단행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부담이 장기간 이어지자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워내는 상각보다 NPL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문투자사들이 은행의 선순위 우량 담보 대출채권을 선호해 매각이 수월하게 이뤄질 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손실 처리 부담을 줄일 필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누적 부실채권 상각 규모는 71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5.6% 줄었다.
앞으로도 은행들의 부실채권 매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에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각과 매각 중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효율적으로 부실채권을 털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을 기준으로 진행한다”며 “과거 패턴을 보면 매각보다 상각을 더 많이 했지만 고금리 상황이 수 년 째 이어지면서 상각에 따른 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매각 쪽으로 많이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