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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났다 하면 전소"…청라 전기차 화재가 남긴 것


입력 2024.08.05 09:59 수정 2024.08.05 10:00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리튬 배터리 특성상 불 나면 순식간에 열폭주

전소되면서 화재 원인 규명하기도 쉽지 않아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로 전소된 차량들ⓒ연합뉴스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은 내연기관차보다 낮지만 진화하기는 몇 배나 어려워 피해가 확산된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차량이 완전 전소되면서 발화의 원인을 찾기도 어렵다.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 여부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사에게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4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는 약 8시간20분만에야 진화됐다. 이 화재로 인해 102세대 307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화재로 인해 전기 설비가 망가지면서 아파트 단지 14개 동 가운데 5개동 480세대의 전기가 끊겼다. 정전 복구에는 3~5일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민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산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기차 화재 사고도 함께 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72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23건과 비교하면 2년 새 3배 넘게 많아진 것이다.


물론 내연기관차가 아직 훨씬 더 많은만큼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많지만 전기차 화재발생률은 0.013%로 내연기관차(0.016%)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의 화재발생률이 낮다"며 적극적인 영업을 하고 있지만,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하기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배터리에서 시작한다. 전기차에는 대부분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데 공기와 접촉하면 급속도로 자연 발화하는 리튬의 특성상 한 개의 배터리 셀에만 문제가 생겨도 자동차에 장착된 수백개의 배터리 셀로 불이 급격히 번져나가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차체 내부 아래쪽에 매립돼 있어서 보통의 화재처럼 외부에서 물을 공급하는 것으로는 불을 쉽게 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차량 골격이 배터리로 가는 물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가 난 배터리에 직접 물을 공급하는 게 연쇄 폭발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소방당국이 '조립식 수조'를 도입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아예 물에 담그는 방식의 진화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화재 사고에서는 조립식 수조를 활용하지 못했다. 지하주차장에 소방 장비가 진입하지 못하면서다.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발생 시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피해를 키운다. 진화도 쉽지 않은데 화재 진압까지 과정도 복잡하다.


이번 벤츠 화재 사고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화재는 사실상 전소된 뒤에야 꺼지는 경우가 적잖다. 전소되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도 쉽지 않다. 원인 규명이 불명확하면 책임소재를 선명하게 가르기 어려워지는 게 문제다.


2일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완성차 업체인 벤츠와 화재를 일으킨 차량에 배터리셀을 공급한 제조사 간 책임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2019년 이후 잇달아 발생한 현대자동차 코나EV화재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배터리 셀 불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약 1조1000억원의 리콜 비용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배터리셀 제조사인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비용 배분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현대차 4255억원,LG엔솔 약 7000억원으로 분담을 합의한 뒤 리콜 비용을 해소한 전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화재가 곳곳에서 문제되면서 화재 예방과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화재 발생 시 배터리 내부를 냉각해 소화하는 장치, 고체전해질 배터리, 난연성 전해질,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도화 등이 추진 중이다.


이번 사고 차량은 벤츠EQE350모델로 알려졌고, 탑재된 배터리셀의 제조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글로벌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CALT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벤츠EQE차량에 대해 지난해 12월, 지난달 총 두 차례 고전압BMS리콜 통지문을 보냈다. 화재 차량의 리콜 여부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아파트와 피해 지역 주민 등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당국에 협조해 차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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