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1만가구 매입, 올해 목표치는 3500가구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 공급, HUG 채권 회수도 수월
적정 수준 낙찰가액은?…“너무 높으면 매매가격도 왜곡”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해 든든전세주택 3500가구 매입 목표를 무난하게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든든전세주택을 통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으로 인한 대위변제액 회수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일 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HUG가 확보한 든든전세주택은 1026가구로 올해 목표치의 29.3% 수준이다. 올해 말까지 약 5개월 동안 매입에 속도를 낸다면 매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든든전세주택은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비아파트 전세 주택이다. 공급 주체가 공공인 만큼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 없이 시세의 90% 수준으로 최장 8년까지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전세사기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공급마저 꺾여 버린 비아파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며 HUG는 올해 3500가구, 내년 6500가구 등 총 1만가구를 든든전세주택 물량으로 확보하게 된다.
특히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준 HUG는 든든전세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채권 회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위변제한 주택을 HUG가 경매에 직접 참여해 낙찰받는, 이른바 셀프낙찰을 통해 든든전세주택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HUG는 보증사고 발생하면 대위변제를 진행한 뒤, 해당 주택 경매 낙찰대금 등을 토대로 채권 회수를 진행했다.
문제는 전세사기로 인해 대위변제할 금액은 불어나는데, 경매시장에 쏟아지는 빌라 매물과 수요 위축에 따른 유찰 및 낙찰가율 하락으로 HUG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9241억원이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3조5544억원으로 확대된 후 올해 상반기에는 2조42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가 보증사고 주택을 공공임대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HUG가 해당 주택에 대한 대항력을 포기하고 직접 경매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HUG가 주택을 낙찰받으면 채권 회수가 즉시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고, 대위변제액 이하로 낙찰받으면 상계처리가 되기 때문에 주택 취득세와 경매비용을 제외하고는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이후 전세로 공급하면 보증금 만큼의 유동성 흐름이 개선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고 향후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는 적절한 때를 노리면 대위변제 및 총 비용을 상회하는 가격에 매각할 수도 있다.
다만 적절 수준의 낙찰가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HUG로서는 대위변제액 이하로만 낙찰가액을 써내면 상관없기 때문이다.
사고가 발생한 주택 대부분이 전세 시세가 고공행진했을 때 전세반환보증에 가입한 만큼, HUG의 대위변제액 수준이 높은 데다가 HUG가 써내는 낙찰가액이 높을수록 회수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HUG는 경매에서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 주택들을 감정가의 80%가 넘는 수준으로 낙찰받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HUG가 낙찰가격을 높게 부를 경우 경매시장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HUG는 “유찰을 반복하다 보면 해당 주택이 빈 집인 상태로 장기간 방치되고 HUG 입장에서는 채권 회수를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을 토대로 매매시장에서 평가되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경우가 있다. 기준이 대위변제액이 되다 보니 높은 낙찰가율로 경매가 이뤄지고 매매시장에서도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빌라 임대인에게도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HUG가 전세반환보증 기준을 강화시키면서 전세와 매매 시세가 떨어졌는데, 이를 상회하는 가격에 낙찰한 뒤 전세 시세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든든전세를 공급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낙찰가격을 높게 써서 낼수록 HUG의 대위변제액 회수율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