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이번엔 ‘중국풍’ 논란?…콘텐츠에 찍히는 ‘낙인’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4.08.11 07:01 수정 2024.08.11 07:0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공개 앞둔 ‘우씨왕후’, 티저 영상만으로 중국풍 논란 휩싸여

아직 공개도 시작하지 않은 드라마가 ‘중국풍’ 논란에 휩싸였다. 티저 영상, 스틸에 공개된 일부 의상과 상투가 중국의 것과 닮았다는 의견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적의 대상이 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 측은 “확인 가능한 관련 사료 문헌과 기록을 토대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고,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상은 드라마로 표현하기 위해 상상을 기반으로 창작했다”라고 해명해야 했다.


ⓒ티빙

오는 29일 공개를 앞두고 홍보를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는 갑작스러운 왕의 죽음으로 왕위를 노리는 왕자들과 권력을 잡으려는 다섯 부족의 표적이 된 우씨왕후가 24시간 안에 새로운 왕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추격 액션 사극이다.


‘상상을 기반으로 한 창작’이라는 ‘우씨왕후’ 측의 설명처럼, 이 드라마는 역사에 기록된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작극이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 장르지만, 고구려라는 시대적 배경이 존재하는 만큼 시청자들의 엄격한 시선을 피하진 못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우희가 황색 옷을 입었다며 이것이 중국 황제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고구려 옷의 여밈 방식은 좌임인데, 극 중 을파소 의상 여밈은 우임이었고 상투도 중국 사극 ‘삼국지’속 관모 장식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사극을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이에 ‘우씨왕후’ 측은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상은 드라마로 표현하기 위해 상상을 기반으로 창작했다”고 설명하며 “‘추격액션 사극’이라는 색다른 콘텐츠로서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증 논란은 사극 또는 시대극에서 최근 반복되고 있다. 앞서도 KBS2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이 고려의 숨은 영웅 양규의 업적을 조명해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 후반부 현종의 업적을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현종이 정치력을 허술하게 행사하는 듯한 전개가 이어지자, ‘현종을 바보로 만들었다’, ‘현종을 금쪽이처럼 묘사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에 제작진이 ‘고려 거란 전쟁’은 사료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새롭게 창조한 것임을 밝히며 “남은 회차를 통해 고난에 굴하지 않고 나라를 개혁하여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고 동북아에 평화의 시대를 구현한 성군 현종의 모습을 더욱 완성도 있게 그려나가겠다”고 약속했었다.


물론 역사 왜곡 문제는 민감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다. 우리 문화를 중국 문화로 둔갑시키는 중국의 문화동북공정으로 인해 ‘중국풍’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21년 판타지 사극이었음에도 심각한 중국풍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조선구마사’의 사례만 봐도 한국 시청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공개를 시작도 하지 않은 작품을 향해 ‘중국 드라마 같다’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려 거란 전쟁’ 논란 당시에도 ‘역사 고증 프로그램이 아니라 고증을 토대로 재창조해서 드라마’라는 호소가 있었던 것처럼, 작품 전체의 메시지 혹은 전후의 맥락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반박도 일리가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은 아니지만, 앞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속 한 인물의 외모 및 일부 설정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연상하게 한다며 정치색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감독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일부 묘사에 대한 오해가 전체 메시지까지 오인하게 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디테일의 차이가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사실이며, 콘텐츠를 꼼꼼하게 따지며 조금의 논란도 허용하지 않는 한국 시청자들의 깐깐함이 K-콘텐츠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성급한 ‘낙인’이 콘텐츠의 평가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과열된 논란이 때로는 진짜 필요한 논의 기회를 지우기도 한다. ‘조선구마사’ 폐지 이후 시청자와 소통하며 역사왜곡 문제를 더 건강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우씨왕후’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