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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날개 단 '파일럿', 젠더 이슈 간극을 코미디로…상업 영화의 과감한 도전 [D:영화 뷰]


입력 2024.08.12 14:18 수정 2024.08.12 14:1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파일럿'이 올해 여름 개봉작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흥행 질주 중이다. 개봉 9일째 손익분기점 220만 관객 수를 돌파했으며 300만 관객을 돌파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영화는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 흥행에 유효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젠더 문제를 코미디로 풀어내면서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을 흥행 요소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영화는 잘 나가던 파일럿 한정우(조정석 분)가 성차별적인 한 마디 발언으로 추락하며, 여장남자를 감행, 그 동안 남자로서는 느끼지 못했던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외모 평가 등의 불편함을 코미디로 풀어냈다.


페미니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상황마다 이 같은 요소들을 깔아놓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성차별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여러 가지 불편함과 차별적인 상황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파일럿'은 젠더 간의 괴리를 부각시켜 화두를 던지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있는 젠더 이슈나 구체적인 사례까지 상황으로 전개시켰으나 휘발되는 웃음으로 활용했다는 인상이 깊다. 영화 후반에는 성차별 문제를 자신의 자아 발견, 가족 간의 화합으로 넓은 가지로 포용시켜 중심 메시지도 희석됐다.


젠더 이슈를 주요 소재로 등장시키면서도 상업 영화로서의 대중성 포지셔닝에 중점을 둔 선택으로 보인다.


김한결 감독은 영화를 둘러싼 젠더 논란의 갑론을박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갈등을 조장하거나, 편을 가르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이나 연기에 있어서 적정성을 만들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배우들도 주의를 많이 했고, 적정선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일럿'이 상업 영화로서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당시 겪었던 평점 테러와 논란이 있었던 이후, 젠더 이슈를 다룬 상업 영화는 드물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요소를 다루면서도 젠더 이슈를 다룬 영화가 상업 영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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