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 트렌드 선도 '메기' 역할로 주목
새로운 신용평가모형 통해 상품 개발
핀테크사와 전통 금융사들이 동맹을 맺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산업에 인공지능(AI) 도입으로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성장 엔진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두 업권의 만남으로 서비스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혁신 상품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국내 최대 핀테크 박람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에 참여해 핀테크 지원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금융위원회가 개최하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는 올해 6회차를 맞은 행사로,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핀테크와 AI, 금융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진행되며, 핀테크와 AI 기술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하고 미래 금융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금융권은 핀테크와 금융권의 이같은 만남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들과 핀테크사들의 상호만남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34개 금융사와 함께 ‘제3회 금융회사-핀테크 기업 상호만남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 상호만남 후 핀테크사와 금융권 간 '위탁테스트' 선정 건수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위탁테스트는 금융사와 핀테크사가 업무·기술·서비스를 위·수탁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여기에 금융권 상품을 유치하려는 핀테크업계의 수요와 맞아 떨어지면서 전통 금융권과 핀테크의 ‘공생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핀테크업계는 은행, 카드, 보험사 등 기존 금융사와 연계한 대출과 카드 발급 중개 수익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지만 사업 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정부가 핀테크를 금융산업의 메기로 키울 것이라는 청사진에 따라 협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서울시는 유망 핀테크 기업을 위한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오픈 이노베이션)인 '피노베이션 챌린지'를 통해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금융 혁신 서비스를 개발할 스타트업 6곳을 선발한 바 있다.
6개사는 ▲전략 해외시장 진출 프로그램 ▲인턴 채용 프로그램 ▲투자 유치 연계 등 다양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영역별 전문 멘토링, 데모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도 얻는다.
금융권이 먼저 핀테크사에 손을 뻗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우선 KB금융은 그룹사와 함께 핀테크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고객센터 실시간 AI 통번역 서비스, KB손해보험은 보험금 청구 서류 위변조 탐지 시스템을, 국민카드는 전화 카드신청 프로세스 완전 자동화 기술을 제공할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영상인식 AI 전문기업인 ‘알체라’, 금융플랫폼 ‘아이티아이즈’, 금융권 비대면 채널 서비스 구축 기업 ‘레이풀시스템’ 등과 안면인증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고객의 안면정보를 분산 저장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핀테크업계와 금융권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발판을 닦고 있는 모습이다. PFC테크놀로지스는 동남아시아 지역 신용평가모형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사명을 피플펀드에서 PFC테크놀로지스로 바꾸며 리브랜딩한데 이어, OK금융그룹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신용평가모형 개발 중이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뱅크)와 대안신용평가모형 기술검증(PoC)를 진행 중이고, 베트남에서도 곧 PoC를 실시할 예정이다. 동남아시아 내 금융이력이 부족한 학생과 근로자 등 씬파일러를 위한 대안신용평가 플랫폼과 디지털 금융 상품 등을 개발에 성장 엔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셀스탠다드는 싱가포르 거래소 토큰증권(STO) 발행에 주력한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인근 동남아 국가 투자자들에게 국내 기초자산과 상품을 유통·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KB금융 주관 'KB스타터스 싱가포르'에 선정되며 현지 거점을 마련,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 설립 등 현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정부와 바람대로 핀테크와 금융권의 협업 사례가 늘고 핀테크 업체의 성장 가능성이 커졌지만 규제 절벽은 넘어야 할 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 핀테크를 규율한 마땅한 법이 없어 은행법,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전통 금융 규제를 적용할 경우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과 보험 등 전통 금융사들이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고 플랫폼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미래 세대 고객을 잡기 위해 핀테크 플랫폼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재는 향후 핀테크업계과 금융권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