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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외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은


입력 2024.08.18 06:06 수정 2024.08.18 09:04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지싱·위안징ESC·궈시안하이테크 등 미국에 현지 공장 신설

비야디·닝더스다이·링파오 등 유럽 지역에 생산 공장 건설

中, 美·유럽 관세·덤핑·보조금 조사 등 규제 우회가 주목적

EU 당국, 각종 규제 우회 中 업체 새로운 전략 면밀히 조사중

지난 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촨푸(오른쪽) 중국 비야디 회장과 메흐메트 파티흐 카시르(왼쪽) 튀르키예 산업기술부 장관이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 협약에 서명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중국 지리(吉利)자동차는 지난 15일 스웨덴 볼보와 합작해 만든 전기자동차 기업 지싱(極星·Polestar)이 처음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볼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세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장벽 등을 우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싱은 본사가 스웨덴에 있지만 생산시설은 중국에 있는 만큼 중국에서만 차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했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자 미국 현지 생산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지리자동차가 볼보 최대 주주라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이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해외 현지공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 밖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을 뗀 중국 제품을 만들어 미국·유럽 지역에 고율관세·덤핑·보조금 조사 등 각종 규제를 우회하는 수출을 하기 위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比亞迪·BYD)는 튀르키예에 10억 달러(약 1조 36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공장을 짓는다. 튀르키예 정부는 8일 이스탄불 대통령궁에서 비야디와 연간 15만대에 달하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메흐메트 파티흐 카시르 산업부 장관과 왕촨푸(王傳福) 비야디 회장 등이 참석했다. 비야디 새 공장은 2026년 말에 생산을 시작해 5000명가량 직접 고용할 방침이다. 연구·개발(R&D)센터도 함께 문을 열 계획이다.


튀르키예 정부와 비야디의 공장건설 계약 체결은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7.6%의 고율 관세를 적용한지 불과 사흘 만에 이뤄졌다. 튀르키예에서 생산된 차량의 주요 수출시장은 EU다. 1996년 발효된 튀르키예·EU 관세동맹에 따라 튀르키예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추가 관세 없이 EU에 수출할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와 합작해 만든 전기자동차 기업 지싱이 지난 1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볼보 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간 폴스타3. ⓒ 폴스타코리아 제공

이런 만큼 튀르키예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 도요타와 프랑스 르노, 마국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현지 공장을 세우고 있다. 튀르키예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에 따르면 이들 자동차 업체는 튀르키예에서 지난 한햇동안 150만대 규모의 차량을 생산했다.


EU는 앞서 지난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관세 10%에 최대 37.6%에 달하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조치로 중국산 비야디 전기차는 EU에서 27.4%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 분석가들은 "관세는 비야디가 유럽 현지 생산을 고려할 만한 이유"라며 "동유럽에서 생산된 중국 자동차는 주요 유럽 경쟁사가 만든 자동차보다 약 25%의 비용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 역시 비야디의 투자에 중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한 장벽도 크게 낮추며 화답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정부는 중국산 수입 차량에 대한 40%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취소했다.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마련한 정책이었지만 한 달 만에 돌연 철회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튀르키예는 헝가리에 이어 유럽 내 두 번째 비야디 생산국이 됐다. 비야디는 2년 전인 2022년부터 유럽 생산 파트너 물색에 나섰다. 헝가리에서는 유럽 최초의 비야디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내년 공장 완공 이후 최대 2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전망이다. 비야디는 헝가리 내 두 번째 공장 건설도 고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은 헝가리에 73억 유로(약 10조 8000억원)를 투입해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 규모를 처음 계획보다 확장했다. 4년 뒤 완공 예정인 헝가리 데브레첸에 짓고 있는 이 공장의 연간 생산 용량을 40기가와트시(GWh)에서 49.2GWh로 확대한 것이다. 고성능 전기차 1대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용량은 80㎾h 정도인 만큼 해마다 11만 5000대의 전기차에 판매할 수 있는 배터리 제조라인을 갖추겠다는 얘기다.


이 공장에선 연간 10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으로 공장이 완공된다면 유럽에서 가장 큰 배터리 공장이 될 전망이다. 닝더스다이는 공식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등이 배터리의 잠재 고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로고. ⓒ 신화/연합뉴스

특히 닝더스다이는 지난해 포드와 합작회사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에 공장 설립을 모색했다. 포드와의 미시간 프로젝트는 미국 정치권의 반발 등으로 중단됐지만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궈쉬안(國軒)하이테크는 미시간주에서 계속 공장을 짓고 있다. 닝더스다이는 제너럴모터스(GM)와도 북미 지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잡은 중국 배터리 업체인 위안징(遠景·Envision) AESC은 내년부터 미 켄터키주에서 배터리를 양산한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신생기업) 링파오(零跑·Leapmoter)는 미국 스텔란티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스텔란티스의 폴란드 공장에서 T03 모델을 생산한다. 링파오는 오는 9월부터 유럽 9개국에서 T03 판매를 시작한다.


중국 치루이(奇瑞)자동차(CHERY)는 지난 4월 스페인 자동차업체 에브로 전기차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스페인 바르셀로에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치루이는 연내 이 공장에서 오모다 E5 생산을 시작해 2029년까지 연간 15만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찰리 장 치루이자동차 유럽지사장은 "본사는 진정한 유럽 기업이 되기 위해 현지 연구개발, 제조 및 유통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자동차(SAIC)는 유럽 내 첫 공장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만 아니다. 중국 최대 2차전지 음극재 업체인 베이터루이(貝特瑞·BTR)는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용 음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이터루이와 싱가포르 투자회사 스텔라 인베스트먼트는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주 켄달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4억 7800만 달러(약 6600억원) 규모를 투자한 음극재 공장 완공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공장에서 생산된 흑연 제품을 가져다가 연간 8만t 규모의 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를 생산할 예정이다. 베이터루이는 또 4분기부터 2억 99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공장 2단계 건설을 시작해 음극재 생산량을 연간 16만t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허쉐친(賀雪琴) 베이터루이 회장은 "2단계 공장이 완공되면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2위 배터리 음극재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자료: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비야디는 2022년 7월 태국에 5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광저우(廣州)자동차(GAC) 전기차 브랜드 아이온(埃安·Aion)은 1억 69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상반기 전기차·배터리 태국 공장을 준공했다 창안(長安)자동차는 지난해 태국에 2억 5100만 달러를 들여 연간 10만대 규모의 초기 생산능력을 갖춘 전기차 조립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지금까지 태국에 투자한 금액은 14억 4000만 달러가 넘는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미국과 EU 등 선진국과의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 중국산 제품 수입을 막기 위해 높은 관세장벽을 쌓자 이를 피하기 위해 미국·유럽 등과 관계가 좋은 나라들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들 국가가 보유한 신흥 소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기업들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2013년 제안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중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무역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제3세계 또는 개발도상국)와의 관계 구축에 노력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EU 당국은 현지 진출을 통해 관세를 우회하려는 중국 제조사들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원산지 둔갑' 사례를 적발하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이탈리아에서 자국 자동차업체 DR오토모빌스에 대해 "중국 치루이자동차, 베이징(北京)자동차(BAIC), 장화이(江淮)자동차(JAC) 등이 생산한 저렴한 부품을 수입해 이탈리아에서 조립한 뒤 이탈리아산이라고 속였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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