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일본제국 천황 아닌 우리 국민 배려해야"
김태효 1차장 '일본 마음' 발언 엄중 조치 요구
친명 일색 최고위원들, 윤석열 '충일 정권' 규정
"당심과 민심은 이재명으로 정권교체" 주장도
8·1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첫 공식회의부터 윤석열 정부를 '친일 프레임'에 엮기 시작했다. 친명(친이재명) 일색 최고위원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을 위한 대정부 공세에 단일대오를 다짐했다. 민생을 위한 여야 협치가 잠깐 언급됐을 뿐, 대치 정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당대표 연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해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우호적 스탠스를 취했다. 그러다 종래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일본의 마음' 발언을 고리로 친일 쟁점화에 나섰다.
앞서 김 차장은 지난 17일 KBS 인터뷰에서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히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의 (사과하겠다는) 마음"이라며 "마음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다그쳐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 한·일 관계에 도움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실에서 배려해야할 것은 대일본제국의 천황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며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김 차장에 대한) 즉각적이고 엄중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2기 지도부'에 입성한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은 아예 '충일(忠日·일본에 충성)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김 최고위원은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중일마'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며 "친일을 넘어 충일하는 윤석열 정권,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한 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어 "김 차장은 지난해 3월에도 우리 외교부가 집계한 일본의 공식 사과가 20차례가 넘는다고 발언해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며 "일본 정부에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 차장은 당장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하나 같이 친명계로 채워진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로의 정권교체가 당심과 민심의 명령이라며 이를 위한 단일대오에 사활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라' '폭정과 친일 회귀를 제압하고 집권을 준비하라'는 (당원의 요구를) 당심과 민의로 새기고 무겁게 받들겠다"며 "전당대회 기간 중 약속드린대로 집권과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한 당의 준비를 위해 전속력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막판 '대역전승'으로 2위에 입성한 전현희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과 더 지독하게 싸우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을 명백히 밝혀내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진상을 국민께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며 "무엇보다 이재명 민주당 정부의 출범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온몸을 던져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발언을 두고 당원들의 정치적 효능감은 극에 달한 모양새다. 이 대표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 2기 지도부의 발언을 두고 '눈물이 난다' '밀어준 만큼 확실히 정권교체 하라' '당원의 직접정치 시대가 왔다'는 등 호평이 난무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2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를 예방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이후 석달 만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당일인 전날 현장참석 대신 영상축사를 통해 "당내 경쟁에서 어느 편에 서는지는 우리의 대업 앞에서 중요하지 않다.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일부 강성 당원들은 "화면을 꺼라" "문재인을 출당하라"는 등의 호통과 야유가 나왔다.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친명 당원들의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