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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서 손실 떠안은 부실 대출 올해만 벌써 1조


입력 2024.08.21 06:00 수정 2024.08.21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장부서 지운 상각만 상반기 1조62억

고금리 장기화에 여신 건전성 '균열'

코로나發 금융지원 종료되며 압박감

5대 은행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손실로 떠안은 부실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똑같은 형태로 지난해에도 2조원이 넘는 부담을 떠안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고금리 충격이 생각보다 길어지며 대출의 질 악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상각한 부실채권은 총 1조6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 등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상각 부실채권 규모가 294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카드 사업을 제외한 상각액은 1654억원 수준이었다. 이어 국민은행의 해당 금액이 2291억원으로 2000억원을 웃돌았다. 나머지 은행들의 부실채권 상각액은 ▲우리은행 1795억원 ▲신한은행 1541억원 ▲하나은행 1490억원 등이었다.


은행들의 이같은 부실 대출 정리 작업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앞서 이미 조 단위의 여신을 털어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2조2166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 상각을 단행한 상태다.


은행들이 회수를 포기하는 대출이 확대됐다는 건 그 만큼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차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쌓여가는 이자 부담에 연체가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4년째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는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기업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면 내년부터는 은행권 여신 건전성 관리도 한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히 불어난 개인사업자대출과 이를 둘러싼 금융지원 종료 등을 감안하면 상당 기간 부담을 크게 덜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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