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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 줄이고 예금 늘리고…은행권 외화 확보 '체질 개선'


입력 2024.08.26 06:00 수정 2024.08.26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널뛰기 환율' 계속되는 불안에

안정적인 자금 조달 수요 확대

환율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외화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차입을 줄이는 대신 예금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널뛰기를 벌이며 불안이 이어지자, 보다 안정적인 외화 조달을 위해 체질을 개선하는 모습이다.


위기에 강하고 금리도 저렴한 자금줄인 외화 예금에 은행권이 더욱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들의 올해 1분기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은 총 48조38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5% 감소했다. 액수로는 1조7538억원 줄었다.


차입이 감소했다는 건 경영 과정에 필요한 자금 가운데 외부 수혈에 의존하는 경향이 옅어졌다는 의미다. 차입금은 기업이 운영 자금이나 투자금을 조달하고자 외부 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개인이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처럼, 기업도 일정 기한이 지나면 차입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이 8조797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9% 줄었다. 하나은행 역시 10조9310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5조3627억원으로 각각 5.3%와 13.2%씩 해당 금액이 감소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외화 차입금 평균 잔액만 13조2979억원으로 14.0% 증가했다.


축소된 차입의 빈자리는 예금이 메꿨다. 4대 은행이 확보한 외화 예수금 평균 잔액은 121조8414억원으로 1.4%(1조6922억원) 늘었다.


우선 우리은행의 외화 예수금 평균 잔액이 31조6861억원으로 2.5%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25조6057억원으로, 신한은행은 24조5950억원으로 각각 2.5%와 5.8%씩 관련 액수가 늘었다. 하나은행의 외화 예수금 평균 잔액만 39조9546억원으로 1.7% 줄었지만, 여전히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었다.


4대 은행 외화 예수금 평균 잔액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권 입장에서 안정적 외화 확보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화 조달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요인까지 시장에 작용하면서 외화 수급을 둘러싼 걱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후반 수준이었지만, 지난 4월 중에는 1400원 목전까지 치솟으면서 불안이 극대화했다. 그러다 한 달 만에 다시 1350원 밑으로 떨어지며 상승세가 잦아들다가, 올해 6월 말 다시 139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외환 시장의 움직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차입보다 예금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금융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다 유리한 구석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국제국의 이종찬 과장·전정호 조사역은 최근 발간한 '거주자외화예금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외화 자금 조달처로서 예금이 갖는 장점으로 위기에 강하다는 점을 꼽았다.


실례로 팬데믹 위기 시 파생거래 증거금 관리 등을 위한 비은행금융기관의 외화 수요 급증으로 관련 자금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으나, 거주자외화예금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또 2022년 하반기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시기에는 대외 차입금 상환에도 불구하고 거주자외화예금의 유입으로 외화 자금 시장의 유동성이 위기 전보다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외화예금의 경우 금리가 0%에 가까운 요구불예금 비중이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대외 차입 시 더해지는 가산금리가 거의 없어 평균 조달 금리가 낮다는 메리트도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차입금과의 평균 조달 금리 차이는 달러화 금리가 높을수록 확대됐으며, 2010년 이후 약 0.1~4.1%포인트 수준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런 장점과 여전히 낮은 총수신 대비 외화예금 비중을 고려할 때 거주자외화예금 확대 정책이 지속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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