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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빈 한화오션, 연구개발비도 줄였다


입력 2024.08.26 06:00 수정 2024.08.26 06:00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2분기 적자·현금흐름 '빨간불'에 경쟁사 '유일' R&D 투자 축소

올 상반기 지난해 대비 23% 삭감…매출액 대비 R&D 역시 0.9%→0.6%

'대우' 뗀 한화오션, '많은 투자' 한다더니…한화 측 "R&D 투자 축소는 오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올 상반기 연구개발(R&D) 비용을 지난해 대비 23%나 삭감했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지난해 0.9%에서 상반기 0.6%로 떨어졌다. 조선3사 중 올해 2분기 홀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6일 데일리안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한화오션의 상반기 R&D 비용은 290억원으로 지난해 377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감소율은 23%에 이른다. 특히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이 449억원, 삼성중공업이 360억원으로 각각 5.8%, 15.0%씩 확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경쟁사 대비 감소폭도 크다.


한화오션의 이러한 R&D 축소 분위기는 실적 탓이 크다. 한화오션은 올 2분기 영업손실 96억원을 냈다.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2분기 흑자를 점쳤지만, 일회성 비용 증가로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를 냈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상반기 1조6669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 창출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는 대출이나 외상을 빼고 실제 선박 수주·인도로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에 한화오션은 한시적으로 부족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1분기 중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을 2.5% 이자율에 단기로 빌렸다.


문제는 한화오션이 투자시기를 놓치면 미래 성장동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데 있다. R&D는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기에 향후 매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업계는 친환경‧자율주행 선박을 비롯해 AI(인공지능) 적용 등을 위한 투자가 한창인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한화오션이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출을 줄여서라도 R&D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선 시장이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에 있다보니 R&D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한화오션만 줄어든 건 전체적인 흐름과 역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로 옮겨 오면서 본격적인 투자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인수 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 기조를 보이는 것 같아 의외였다"며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상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지난해 상반기 내부 시스템 확대를 위한 일회성 경비가 R&D 비용에 포함됐다"며 "그 부분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D 투자가 축소한 것을 두고 미래 준비에 소홀히 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포트폴리오 확장 등 미래 사업을 위한 노력은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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