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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대출상환 중도 하차’…아파트 경매시장, 때아닌 ‘활황’


입력 2024.08.26 06:17 수정 2024.08.26 06:17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대출 부담 못 견뎌…경매시장 임의경매 물건 증가세

집값 오르고 고분양가도 부담, 경매로 눈 돌리는 수요자들

“수도권 인기지역 중심 경매시장 과열 한동안 계속”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분양가도 나날이 오르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경매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분양가도 나날이 오르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경매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가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영끌족’ 매물들이 늘어난 가운데 수요자들의 관심도 이어지면서 경매시장 분위기도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26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부동산(건물·토지·집합건물)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만3831건으로 한 달 전 1만983건 대비 25.9% 늘었다. 1년 전 9328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48.3% 증가한 수준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다세대·오피스텔·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합건물 임의경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3000건대 수준을 유지하던 집합건물 임의경매 건수는 올 들어 5000건을 넘나든다. 지난달 집합건물 임의경매 신청건수는 5493건으로 1년 전(3547건) 대비 54.9% 증가했다.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늘었다는 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증가했단 의미다. 집값 상승기에 대출을 받아 집을 샀으나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이자를 견디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다다른 소위 ‘영끌족’이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9일 기준 일주일 전 대비 0.28% 오르며 22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국민평형(전용 84㎡) 기준 14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집값 상승과 공급절벽 우려, 치솟는 공사비로 인한 분양가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발길을 돌리는 수요도 증가해 경매시장 분위기도 덩달아 과열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3332건으로 2020년 11월(3593건)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37.2%, 낙찰가율은 87.3%로 집계됐다.


특히 수도권의 낙찰가율이 높았다. 7월 서울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한 달 전보다 0.8%포인트 오른 93.7%로 2022년 8월(93.7%)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준 경기도와 인천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89.5%, 81.7%로 조사됐다.


서울의 아파트 낙찰가율 상승세가 경기 등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인기 지역에선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사례도 잇따른다. 지난달 강남구 개포동 일원 개포주공5단지 전용 54㎡는 감정가(18억6000만원)의 114%인 21억2123만원에 낙찰됐다. 용산구 원효로4가 산호아파트 전용 41㎡은 감정가(8억38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높은 11억523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137.5%를 나타냈다.


응찰자가 운집을 이루는 사례도 있다.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송내주공 전용 60㎡ 입찰에는 53명이 응찰해 감정가(1억5500만원) 대비 94.5%인 1억4640만원에 낙찰됐다. 한 차례 유찰돼 전셋값 수준으로 최저가격이 내려가자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렸다. 경기 하남시 망월동 소재 미사강변도시18단지 전용 85㎡는 48명이 입찰에 감정가(8억5000만원) 대비 103.7%인 8억8150만원에 낙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과거와 다른 점은 일부 지역이나 신축급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많이 몰린다는 점이다. 가수요가 아니라 실제 그 가격대에 매수를 희망하는 실수요가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이런 현상들이 구축이나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등지로 조금씩 번지는 상황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도 예전보다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매가격이나 호가가 오르면 경매시장의 낙찰가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신규 공급도 많지 않아 특히 수도권은 한동안 경매시장 활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 어느 정도 시장이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낙찰가율이 한 번에 확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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