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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꾼 금융당국…'대출 총량 규제' 다시 꺼낸 이유


입력 2024.08.28 11:25 수정 2024.09.03 15:53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주담대 과도하면 DSR 목표치 낮춰 '패널티'

농협 제외 4대 은행, 대출 목표 모두 초과

당국 "해석 과도,강력한 대책 필요한 시점"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안내문. ⓒ 뉴시스

금융감독원이 대출 총량을 관리하지 못한 은행에 내년에 대출 한도를 줄이는 '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출 총량 규제가 부활하 셈이다. 불과 두 달 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대출 총량 규제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금감원은 전날 브리핑을 열고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초 계획 대비 과도한 은행에 대해 평균 DSR을 낮추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권에 ‘더 센 개입’을 예고한 지 이틀 만이다.

금감원의 이같은 방침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게대출 규모는 지난 4월부터 순증해 6월부터는 신규액 또는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증가폭이 관리 범위를 벗어나 현 시점에서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 전체의 현 DSR 평균은 20~30% 수준이지만,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자체적을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훨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올해 가계대출을 전년 보다 2000억원 더 늘어난 115조4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116조원을 공급했다. 가계대출 잔액과 목표치는 5대 은행 중 가장 적었지만, 연초 경영계획 대비 대출실적 비율은 376.5%로 집계됐다. 당초 목표치보다 약 4배에 달하는 대출을 공급한 것이다.


이 외 은행별 경영계획 대비 실적 비율은 ▲신한은행 155.7% ▲KB국민은행 145.8% ▲하나은행 131.7% ▲농협은행 52.3% 순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가계대출 실적은 올해 8월말 기준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박 부원장보는 "이달 10조까지는 넘지 않아도 6월과 7월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증가액이 5조5000억원 내외면 관리할 수 있고 GDP 성장률 안이라고 판단했는데, 7월과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이번에 집중 들여다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장 은행권의 '대출 절벽'이 예상된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을 지키기 위해 연말까지 대출 잔액을 줄여야 한다. 실패하면 내년도 DSR 관리계획 수립시 평균 DSR 관리 목표를 낮춰야 한다. 예를 들어 평균 DSR이 30%인 은행의 DSR 목표를 25%로 설정하면 신규 대출 한도가 대폭 감소하게 된다.


아직 신규 대출 여력이 있는 농협은행도 소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향후 가계대출 방향은 금융당국의 정책에 발맞춰 현행 수준으로만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대출수요 쏠림현상을 배제할 수 없지만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2021년 은행별로 대출 한도를 지정하고 초과시 영업을 중단시켰던 대출 총량 규제가 재시행 됐다고 보는 이유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했다. 연중 목표치를 초과하는 일부 은행에서는 주담대 등의 취급을 일시 중단하며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같은 이유로 김 위원장은 지난달 1일 취임 첫 공식행사로 새출발기금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출 총량제 도입 여부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으로 (가계대출 관리) 조치를 기계적으로 하는 게 경험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답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 패널티를 도입하면 은행들은 그 과정에서 대출을 중단할 수도 있는데, 2021년처럼 대출 한도가 차면 사실상 총량 규제와 같은 효과를 보는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 구체적인 지침 없이 대출 관리의 방향성만 제시하는 것 같아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방침은 금융위와도 사전 협의된 부분이고, 대출 총량 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못 지켰으면 패널티를 받는 것은 당연한 논리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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