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대표 중도사퇴 후 권희백 체제 1년6개월만에 종료
ETF 사업 격전지서 경쟁사들에 밀려...시장점유율·순위 하락
새 CEO에 대체투자 전문가 김종호...가시적 성과 달성 필요
한화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거나 ‘급교체’ 되는 사례가 연이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회사의 역점 사업인 상장지수펀드(ETF) 부문의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대표이사 교체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29일) 한화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로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경영총괄이 내정되면서 권희백 대표이사가 임기 6개월을 남기고 대표이사직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오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동안 한화자산운용에선 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깜짝 교체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앞서 김용현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5년간 장기 집권했지만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당시 김 전 대표의 임기가 2022년 3월까지여서 경질설이 제기됐으나 일각에선 김 전 대표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용퇴를 결심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인 2021년 7월 한두희 전 대표가 한화자산운용의 새 수장으로 선임됐지만 한두희 대표의 체제는 2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월 말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의 동반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사령탑을 맞교환하는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이에 한두희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권희백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한화자산운용 대표로 작년 3월에 각각 취임한 뒤 지금까지 1년 6개월여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권희백 대표 역시 임기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였다는 점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한 셈이다. 권희백 대표는 한화운용의 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와 관련해 회사측은 권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룹에서 계열사 정기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정기 인사가 매년 같은 날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그간 한화운용의 ETF 사업 성장성이 지체된 것이 이번 CEO 교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존재한다. ETF가 가파른 성장세 속에서 자산운용사들간 사업 격전지로 떠올랐지만 한화운용은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자산운용은 ETF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2020년 7월 말만 해도 ETF 시장 점유율 업계 5위권에 자리했다. 당시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에 이은 5위로 시장 점유율은 3.79%였다.
그러나 이후 한화운용의 ETF 사업은 점차 내리막을 걸었다. ETF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든 2021년 1월 말 점유율(2.93%)은 3% 밑으로 떨어졌다. 김용현 전 대표가 중도 사퇴한 시기인 2021년 5월 말엔 2.73%까지 떨어졌다.
한두희 전 대표 체제에서 경쟁사들의 ETF 공세에 순위와 점유율 하락 흐름은 이어졌다. 지난 2021년 12월 말 한화운용의 ETF 점유율은 2.38%로 상위 7위까지 밀렸는데 이는 NH아문디자산운용(5위)과 키움투자자산운용(6위)에게 추월당한 결과였다.
다만 당시 중위권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화운용도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등을 담은 국내 첫 방산 ETF를 출시하는 등 시장 내 경쟁력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결과로도 나타났다. 이에 한두희 전 대표가 한화투자증권행을 결정지은 지난해 1월 시장 점유율(2.26%)은 이전보다 더 낮아졌지만 순위는 5위권으로 반등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뒤에도 한화운용 ETF 부문의 부진이 지속됐다는 데 있다. 실적 면에선 권희백 대표 체제를 맞은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으나 이는 펀드 운용과 대체투자의 성과에 따른 것이다.
이에 ETF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한화운용 측의 부단한 노력이 이어졌고 지난달 23일엔 기존 ‘아리랑(ARIRANG)’이었던 ETF 브랜드명을 ‘PLUS’로 변경하는 승부수도 던졌다.
하지만 지난 28일 기준 한화운용의 ETF 점유율은 2.30%에 불과하고 순위도 6위로 처져 있는 상태다. 특히 과거 한참 뒤처졌던 신한자산운용이 5위까지 오르며 추월한 것은 경쟁사 입장에선 뼈아픈 상황이다.
한화운용의 신임 대표로 내정된 김종호 내정자는 한국투자공사(KIC) 미래전략본부장 출신으로 사모펀드(PE)·대체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한화운용은 최근 김종호 내정자를 경영 총괄로 영입한 데 이어 전날 신임 대표에 내정했고 내달 1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한화운용은 연내 인적분할해 벤처캐피털(VC) 전문 운용사인 한화PE자산운용(가칭)을 신설할 계획이다. 회사 분할과 신설 회사의 안착에 있어 새 대표인 김 내정자의 역할이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국내 운용사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ETF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일도 김 내정자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금융 계열사 간 대표를 맞바꾸는 등 흔치 않은 결정까지 내렸지만 과감한 전략과 결단에 비해 한화운용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잘해온 사업을 더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ETF는 운용사들의 핵심 비즈니스인 만큼 뭔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