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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해진 사운드?…‘본질’ 빠진 콘텐츠에 커지는 우려 [콘텐츠 속 ‘사운드’③]


입력 2024.09.02 07:11 수정 2024.09.02 21:0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사운드, 완성도에 결정적 역할 한다는 인식 필요”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사운드 시스템은 충분히 갖춰졌다. 돌비 애트모스 상영관 같은 사운드 특화관도 해외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술력에 대해서도 할리우드와 비교해서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사운드 스태프 종사자들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어떤 소리도 구현할 수 있고, 또 전달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국의 사운드 기술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물론 투입되는 제작비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할리우드 영화와 수준이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긍정적인 속도로 ‘최고’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사운드 특수관ⓒ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한 예로 영화 ‘기생충’은 블록버스터가 아닌, ‘서사’에 방점이 찍힌 드라마 장르의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돌비 애트모스’로 작업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영화의 음향을 맡았던 최태영 감독은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수직적 느낌이 중요했다. 그래서 사운드로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 또한 중요했다 돌비 애트모스 상영관에서는 천장 스피커를 포함한 많은 스피커를 통해 소리가 모든 방향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 그래서 박 사장의 발걸음 같은 것들의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사운드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기 위한 스태프들의 적극적인 시도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과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많은 제작사가 ‘사운드의 높은 질’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수의 영화 작업에 참여한 5년 차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운드 특화관이 있지만, 모두가 사운드 특화관에 적합한 형태로 작업을 하지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사운드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영화관 상영을 겨냥해 믹싱 작업을 했는데, OTT로 공개가 될 경우 ‘대사가 안 들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플랫폼 별로 믹싱 과정 자체가 다른데, 재작업 등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기술의 성장보다는 지금의 사운드를 ‘잘’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앞으로 이렇듯 훌륭하게 조성이 된 환경과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이 더 줄어드는 것이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태영 감독은 “사운드는 아무래도 영화관에 맞춰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금 극장의 돌비 애트모스는 최대 64개의 스피커를 쓰지만 가정용은 최대 12개밖에 안 쓴다. 영화관 외 플랫폼에서는 ‘우리는 돌비 비전의 화면과 돌비 애트모스의 사운드로 당신에게 스트리밍 한다’라고 말해도, 가정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라고 ‘한계’를 짚었다.


그는 “이렇게 위기 상황이 길어지면 결국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고, OTT 작품에 지친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에 돌아올 텐데, 그때는 (무너진 사운드) 다시 역사를 쌓아가야 하는 것”이라며 “영화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소비하고 마는 인스턴트 같은 작품이 아니라, 이런 작품들과 변별력을 줄 수 있게 공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선 시각과 청각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제작자 또는 창작자들의 ‘사운드’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음향과 음악을 함께 담당하는 20년 차 김상현 감독은 “공간음향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이미 이뤄지고 있으며, 추후 이 부분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영화관은 물론, OTT로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들도 훨씬 더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보이는 화면이 더 선명해지면, 사운드도 그만큼 채워줘야 만족도가 올라가기에 사운드 완성도는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작자 또는 연출자들이 사운드에 큰 공을 들여야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사운드 분야에 투입이 되는 비용부터 차이가 크다. 그 인식이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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