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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탁 실적 줄줄이 역성장…홍콩 ELS 사태 '직격탄'


입력 2024.09.04 06:00 수정 2024.09.04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관련 운용수익 전년比 8.9%↓

상품 판매 중단되며 영업 '브레이크'

금융당국 규제 강화까지 예고 '전운'

은행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탁 부문 실적이 올해 들어 줄줄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에 불거졌던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금융상품 투자 손실 논란과 그에 따른 규제 강화가 이번에도 재연될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권의 신탁 사업에는 당분간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신탁업무에서 올린 운용수익은 총 3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줄었다.


신탁은 고객 스스로 자신이 가진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을 운용하기 어려울 때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이를 대신 맡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탁 사업은 대체로 큰 조직을 가진 금융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신탁 업무를 겸하는 신탁겸영은행이 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은행들은 신탁 고객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거둔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신탁업무 운용수익이 83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0% 감소했다. 국민은행 역시 922억원으로, 하나은행도 982억원으로 각각 25.3%와 5.1%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신탁업무 운용수익만 843억원으로 10.6% 늘었다.


4대 은행 신탁업무 운용수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같은 은행들의 신탁 실적 부진은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올해 초 홍콩 H지수가 폭락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ELS에서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했고, 결국 은행권에서 관련 상품 판매가 줄줄이 중단된 탓이다. 이같은 ELS를 담은 주가연계신탁(ELT)은 시중은행들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 준 신탁 상품이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주고,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4대 은행 중에서 우리은행만 신탁 실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상황과 맥락이 닿아 있다. 홍콩 H지수 ELS가 도마에 오른 직후 국민·신한·하나은행은 판매 중단을 결정했지만, 판매액이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취급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ELS 사태 방지를 위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채널을 예·적금 창구와 분리하거나 판매 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판매 채널의 분리도 이뤄질 전망이다. ELS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예·적금의 대체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팔 수 있는 판매 채널의 경우 예·적금 판매 창구와 물리적·공간적으로 분리돼 있어야 하고, 판매 직원 요건도 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투자 상품에서의 손실과, 그로 인해 신탁 영업에 제동이 걸리는 흐름은 은행권이 비단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2019~2020년에도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에서 대량의 원금 손실이 이어졌고,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투자 상품에 대한 전면 점검과 함께 본격적인 규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신탁의 핵심인 특정금전신탁이 타깃이 됐다. 특금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대상을 선택하는 신탁 상품으로,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운용 방법을 지정하면 신탁사는 이를 그대로 따르게 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특금신탁의 대표 상품인 파생결합증권신탁과 ELT 등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H지수 ELS 손실의 책임을 은행이 얼마나 지는 게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결과적으로 명분은 금융당국에 가 있는 현실"이라며 "은행권으로서는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신탁 영업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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