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기업가치 제고 공시’ 전용탭 최초 신설
하나·키움, STO 개화 대비 조각투자 거래 확대
리테일 부문 중요성↑…플랫폼 강화 경쟁 치열
증권사들이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제도화 추진에 맞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리테일 부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한 업계의 플랫폼 강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KB·하나·키움·대신·LS·IBK투자증권 등 국내 중요 증권사들은 최근 MTS 서비스를 확대했거나 확대를 앞두고 있다. 고객들의 정보 제공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제도 변화와 신(新) 시장 개화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선 KB증권은 업계 최초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 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전용탭을 신설했다. 이달 중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출시와 연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일정을 앞두고 있어 밸류업 기업에 대한 정보 파악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조치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시행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상장사들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 현황을 진단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표를 수립·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투자자들에게 알린다.
KB증권은 밸류업 공시 전용탭을 통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보기 쉽도록 제공하고 관련 종목에 직접 연결도 가능하게 해 ‘밸류업 종목’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STO 개화에 대비해 MTS 강화에 나선 곳도 있다. 하나증권은 이달 말 조각투자 거래 탭을 신설할 계획이다. MTS에서 거래될 첫 조각투자 상품은 미술품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 MTS 내 제공하고 있는 조각투자 정보 제공 대상에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인 테사를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는 토큰증권을 유통할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서비스에 제한적이나 STO 법제화에 맞춰 거래 플랫폼 구축 움직임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의원(국민의힘)은 STO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중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같은 정무위 소속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토큰증권은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기존 전자증권과 달리 금융회사가 중앙집권적으로 등록·관리하지 않고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위해선 비정형적 증권의 유통 근거가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토큰증권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각각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제 21대 국회에서 STO 법제화를 추진했던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코스콤 신임 사장에 취임한 점도 증권사들의 STO 플랫폼 구축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7월 당시 정무위 소속이던 윤 전 의원은 토큰증권의 유통 근거와 권리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다른 현안들에 밀려 법제화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다.
이후 윤 전 의원은 지난 3일 토큰증권 공동 플랫폼을 개발 중인 코스콤 사장으로 취임해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오는 2027년 9월까지 3년으로 코스콤은 금융권에 토큰증권 발행·유통 공동 플랫폼과 분산원장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 정책 대응 외에도 MTS를 통해 투자정보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들도 확산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MTS 내 ‘수익률 높은 투자자의 선택’ 항목을 추가 시켜 투자 정보 제공 확대에 나섰다.
IBK투자증권은 MTS 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투자정보에 답해주는 ‘AI투자챗봇’ 서비스를 도입했고 한국투자증권은 보유한 주식 가격이 5% 이상 등락할 경우 즉시 푸시 알림을 보내주는 시세 변동 알림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LS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미성년자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인 ‘자녀 새싹 계좌 만들기’를 시작했다. 주문 대리인도 계좌 개설과 동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업계는 제도 변화 대응에 더해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성 제한에 따른 리테일 부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증권사들이 MTS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지속으로 리테일 부문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대형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들도 MTS 개편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