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 개최
고려아연 등 반대세력 “MBK, 기업 인수 후 핵심자산 매각하는 ‘기업사냥꾼’”
MBK “최윤범 회장, 영풍 동의 없이 제3자 배정 신규 발행 추진”
“최윤범,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 재무건전성 악화”
“먼저 저희 회사를 소개하자면 저희는 외국계 펀드가 아니고요. 2005년도에 한국 자본시장에서 산업을 일구기 위해 프라이빗에쿼티(PE) 제도를 새로 만들었고 저희가 그 1세대입니다. 일부에서 저희를 외국계, 중국계라고 말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 첫 마디로 회사 정체성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을 만큼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명분을 바로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공개매수에 나섰으나 고려아연을 비롯, 고려아연 노조, 정치계까지 합세해 반대에 나선 상황에서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반대하는 이들은 MBK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로,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MBK파트너스가 국내에서 시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자산 매각이나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는 등 약탈적 경영을 일삼아 온 ‘기업사냥꾼’이라고 봤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취지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일각에서 제기한 우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 부회장은 “75년 동안 계속됐던 공동 경영 기조가 왜 오늘 공개매수까지 오게 됐는지, 그 키워드가 ‘파기’”라고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이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하고 있다. 75년간 동업 관계였던 양사는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신사업 추진을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고려아연 측은 신사업 공급망 확보라는 입장이지만 영풍은 계열분리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면서 지분 경쟁으로 번졌다.
김 부회장은 “공동 경영의 기본 정신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의결권을 위임해주는 것이 기본”이라며 “지분율과 관련된 사항은 합의 하에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최 회장이 들어온 다음에 제3자 배정의 신규 발행을 영풍 측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걸(제3자 배정의 신규 발행) 두 번이나 겪으면서 영풍 측에서는 ‘최 회장님께서 공동 경영을 파기하신다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했고 이후 최 회장님 측에서 영풍 및 장 회장(장형진 영풍 고문)님을 지속 공격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 회장님께서는 결단을 내려 주요 주주들은 주주로 남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 맡겨야겠다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로 무분별한 투자를 진행해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22년부터의 부채 규모 증가율이 눈에 띈다”며 “2021년 대비 2022년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135% 증가하며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9260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만도 5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 총 5가지를 이유로 최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지적했다.
MBK파트너스는 “저희는 의혹을 먼저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 누구를 해임하거나 교체할 생각이 없다”며 “특히 고려아연이 세계적인 1등 기업이 되는데 최 회장님을 제외한 고려아연의 임직원의 어마어마한 노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중국에 매각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저희는 토종 사모펀드로 한국 정부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라며 “저희는 10년 넘게 오랫동안 투자할 것이며 ‘먹튀(먹고 튀기)’ 나 그런 논란의 대상이 될 만하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