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MBK파트너스·영풍의 기자간담회 내용에 반박문 발표
“오직 투자금 회수에만 목적…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한 가운데 고려아연이 이를 전면반박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 측의 주장은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않은 ‘악마의 편집’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고려아연은 19일 반박문을 내고 "MBK파트너스는 당사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전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오직 투자금 회수에만 목적인 있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주장들"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악의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등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회장의 주도로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 등 다섯 가지 이유를 들며 최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지녔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고려아연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출자 관련 의혹에 대해 "블라인드 펀드는 성질상 해당 펀드가 어느 사업에 투자를 집행하는지 LP인 당사가 관여할 수 없다"며 "당사의 본업과 관련이 낮은 기업에 투자가 집행됐다는 이유를 들어 비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일정한 시기에 해당 펀드 일부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만으로 당사의 투자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모펀드의 SM엔터테인먼트 투자 관련해서도 "해당 사모펀드의 SM엔터테인먼트 투자 관련 시세조종 의혹 부분은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진행됐다고 재판까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당사에 대해서는 기소나 재판이 진행 중인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에 대해선 "투자 당시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업가치 보고서를 토대로 적정가치를 산정한 뒤 매도인과의 협상 및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거쳐 거래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최윤범 회장의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모든 수치를 왜곡한 악마의 편집"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당사 고려아연의 유동성을 평가절하하기 위해 다른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제외했다"며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고려아연의 현금은 2조1277억원이고 같은 시기 총차입금은 1조3288억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총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7989억원입으로 순차입금 상태가 아닌 순현금 상태"라며 "올해 12월 말에도 순현금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당사의 부채비율은 36%, 차입금의존도는 10%로 매우 튼튼한 재무구조를 보여주고 있다"며 "(MBK파트너스가)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평가할 때 아주 흔하게 사용하는 수치는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당사가 매우 부실해졌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기업의 경영 상황이 MBK파트너스 측 지적과 다르다는 점도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투자한 기업의 당기순손익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L사와 H사 등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제외했다"며 "L사와 H사 등 우량기업의 2022년 당기순손익을 포함하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당사가 투자한 기업의 총 당기순이익은 '조 단위'"라고 부연했다.
주가 평가 역시 자의적이었다고 봤다. MBK와 영풍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아연의 주가를 일일 종가 기준으로 해도 되는데 현 경영진의 성과를 축소하기 위해 1개월 평균 주가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MBK가 배당금 확대를 주장한 것도 단기차입금의 이자비용과 원금 회수 목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고려아연은 "MBK는 고려아연의 배당액을 2만5000원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고려아연의 주주환원율은 이미 76.3%로 높은 수준"이라며 "기업이 배당을 무조건 늘리기만 하면 되레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 노동조합도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 반대 시위를 열었다.
32년간 온산제련소에서 근무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MBK파트너스의 과거 M&A 사례를 들어 MBK파트너스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MBK파트너스가 몇 번의 M&A를 하면서 여러 가지 형태를 보여줬다"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구조조정을 하고 결국 자기들 배 채웠지 회사를 키우기 위해 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선례로 봤을 때 사모펀드는 결국 기업의 가치를 올려 매각할 것”이라며 "상황이 바뀌면 그 사람들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보고 현재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