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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사업비 반년 만에 10조 '펑펑'…영업 경쟁 '후폭풍'


입력 2024.09.25 06:00 수정 2024.09.25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늘어

새 회계發 보장성 상품 영업 '활활'

과도한 비용에 고객 불이익 우려도

보험사 먹구름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모으고 기존 가입자를 묶어 두는데 쓴 사업비가 1년 새 2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반년 만에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보장성 보험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상품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비용 출혈이 커지는 모습이다.


생명보험업계의 과도한 영업비 지출이 자칫 소비자들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2개 모든 생보사들이 지출한 사업비는 총 10조7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1조8145억원) 늘었다.


생보사별로 보면 역시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쓴 사업비가 2조254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0% 확대되며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경쟁사들의 사업비 증가 곡선은 훨씬 더 가팔랐다. 한화생명은 2조381억원으로, 교보생명은 1조2985억원으로 각각 30.8%와 30.0%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밖에 ▲신한라이프생명(9635억원) ▲NH농협생명(5215억원) ▲동양생명(4604억원) ▲라이나생명(4477억원) ▲KB라이프생명(3464억원) ▲메트라이프생명(3260억원) ▲DB생명(3146억원) 등이 사업비 규모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비 지출 규모 상위 10개 생명보험사.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보험사의 사업비는 통상 상품 판매 경쟁이 심화할 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고객 유치를 늘리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직접 영업 활동에 보다 많은 돈을 투입하거나 혹은 설계사들에게 더 많은 판매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비용이 모두 사업비로 잡히기 때문이다.


보험 시장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된 IFRS17가 자리하고 있다. 이전까지 회계기준에서 보장성 상품은 판매 첫해 보험사에 손해를 안기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들이 저축성 상품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팔던 생보사들이 보장성 상품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선 사업비 부담이 불가피하다. 저축성 보험은 비교적 구조가 단순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만 제시할 수 있다면 판매를 확대할 수 있지만, 보장성 보험은 상품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내용을 소비자에게 잘 어필해야 하는 만큼 설계사의 역량과 의지가 중요하다. 결국 보장성 상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려면 대면 영업 조직에 힘을 실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공산이 크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생보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장성 상품 영업 경쟁을 한층 부채질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이름 그대로 보험료 납입 기간을 짧게 하는 대신 일정 기간 계약을 유지하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주겠다는 게 핵심인 상품이다.


보장성 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던 생보사들에게 이같은 단기납 종신보험은 주요 타깃이 됐다. 생보사들은 해당 상품의 환급률을 경쟁적으로 올리며 고객들을 유혹했다.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보험료를 130% 넘게 환급해 주겠다는 식이었다.


문제는 불어나는 사업비가 보험사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직·간접적인 손실을 가입자 모두가 나눠지는 보험의 구조를 고려하면, 생보사의 사업비 증대는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보업계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사실상 답보 상태인 현실을 감안하면 사업비 확대에 따른 압박은 더욱 클 수 있다"며 "지나친 경쟁과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이 고객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장기 지속성을 갖춘 영업 문화 정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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