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순이익 선두 탈환 예고
별다른 금융사고 없이 '약진'
'실적 1등보다 신뢰로 성장'
성과까지 안기며 연임 '무게'
신한은행이 올해 들어 국내 4대 시중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탈환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경쟁 은행들이 각종 내우외환으로 주춤하는 와중 별다른 금융사고가 없었던 신한은행이 두드러진 약진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빛나는 모습이다.
실적 1등에 목매지 말고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자는 신한금융그룹의 일류 전략에 결국 리딩뱅크란 성과까지 안기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는 한층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총 11조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이 3조102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9.4% 증가하며 유일하게 3조원을 넘었다. 하나은행 역시 2조7886억원으로, 우리은행도 2조5244억원으로 각각 0.8%와 10.2%씩 당기순이익이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만 2조6179억원으로 8.3% 줄었다.
이대로라면 신한은행은 올해 시중은행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6년 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은행권에서 순이익 선두 자리에 올랐던 건 건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들어 이른바 무사고 운전을 이어 온 신한은행이 제일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연초부터 금융권을 강타한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 투자 손실과 잇따른 내부 횡령 사고 등으로 다른 은행들이 홍역을 치르는 사이, 별다른 논란 없이 순항을 이어 온 신한은행이 시나브로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린 모양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란 평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수장인 진옥동 회장이 줄곧 강조해 온 일류 신한 청사진이 가시적인 결실로 이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진 회장 취임 후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 한 단계 높은 내부통제를 기반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일류 신한을 지향점으로 삼자'는 논리를 역설해 왔다.
신한은행의 돋보이는 행보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올해 말 정 행장의 임기 만료가 맞물려 있어서다. 은행장으로서의 성과가 정점일 때 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으면서,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정 행장의 공식 임기는 오는 12월 말까지다.
신한금융의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회의를 열고 차기 신한은행장을 선정하기 위한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신한금융 자경위는 약 석 달 간 내·외부 후보들에 면밀한 심사를 통해 압축된 리스트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이들에 대한 심층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를 발표하고, 신한은행 이사회의 의결로 새 행장이 취임하게 된다. 통상 신한금융은 12월 중순쯤 해당 결과를 발표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4대 시중은행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에 모두 겹치면서 관련 인사에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정 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가 은행권의 핵심 아젠다로 떠오른 와중, 특별한 잡음 없이 호실적까지 거뒀다는 점에서 이제 막 첫 임기를 치른 정 행장에 대해 딱히 교체를 거론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