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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전용 매장, 소자본 믿고 창업했다가 ‘배달 수수료’에 고심


입력 2024.10.17 06:52 수정 2024.10.17 06:5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배달 수수료 ‘천정부지’…외식업 부담↑

상생협의체는 7차 회의서도 입창차만 확인

배달만 하는 매장은 부담 더 높아 ‘걱정’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소자본 배달전용 외식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배달 수수료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절대적으로 배달 앱에 의존해 장사를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 위기를 기회로 바꿔준 소자본 창업이, 되레 더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는 호소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7차 회의를 열어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집중적인 의견교환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배달플랫폼 측은 각 사별로 보완된 입장을 다시 제시했으나 외식 자영업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상생협의체는 그간 이렇다 할 중재안을 내지 못한 채 석 달간 표류했다. 6차 회의에서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차등 수수료 방안을 내놨지만 입점업체 단체는 수용 불가 의사를 밝혔다. 입점업체 단체들도 각자 입장이 엇갈리면서 단일 요구사항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는 배달이 일상화 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외식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배달앱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배달앱 수수료가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배달만 하는 배달 전용 매장의 부담은 더하다. 외식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매장 소형화 및 배달’을 택했다.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고려해 소규모 매장과 배달 시장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적극 도입했다.


당시 배달이 주 소비처로 자리 잡으면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운영할 필요성이 적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빠른 유행 변화로 상권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더 이상 특정 위치에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외식업계는 앞다퉈 배달 전용 매장을 늘리기 시작했다. 대로변을 떠나 주거지와 가까운 골목 상권에 정착하는 등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다. 배달이 외식의 주 소비처로 자리 잡으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됐다.


BBQ는 2020년 6월 배달과 포장으로만 특화한 모델인 비비큐 스마트키친(BSK)을 론칭했다. 8~12평으로 창업이 가능한 데다, 배달은 대행 업체에 100%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BSK 매장은 올 상반기 기준 300개에 달한다.


팬데믹 당시 ‘방문 손님’만 고집하던 자영업자 역시 배달을 활용해 추가 매출을 올리는데 주력했다. 매장 앞에서 줄을 선 후에야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던 유명 식당들도 앞다퉈 배달시장에 진출하고 나섰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시기 배달만 취급하는 매장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도 배달 전용 외식 기업은 크게 늘어가는 추세다.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요아정), 빽보이피자 등이 대표적이다. 요아정은 지난 6월 기준 350여개, 빽보이피자 역시 현재 238여개를 운영 중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 전용 브랜드의 경우 최소 인력으로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매장 규모 또한 10평 정도면 창업이 가능해 다양한 상권 내 입점이 용이하고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창업 모델로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에 배달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뉴시스

그러나 소자본 창업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엔데믹 전환과 함께 상황이 반전되면서다. 체험형 매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파가 몰리는 주요 상권의 장점이 재부각 됐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에도 체험형 매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메인 상권 출점이 다시 핵심이 됐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손님을 뺏기고 있는 사이 배달앱 수수료가 또 한번 존폐 위기를 불러왔다.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음식점 주인들은 음식값을 올리거나, 배달 주문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을 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 이후 외식업계는 높은 임대료와 같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라도 젊은 세대가 모이는 홍대, 강남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오픈하고 있는 추세”라며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리오프닝’ 영향으로 외식의 횟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 활동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도 배달요금에 대한 부담을 이전 보다 더욱 높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배달보다는 외식 매장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어 손님을 매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프로모션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일반 매장의 경우 배달을 하지 않는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 있지만 배달 전용 매장은 배달앱에 절대적으로 의존을 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적은 규모로 인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간마저 협소해 생존책 마련에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배달전문 초밥집을 운영하는 박모(40대)씨는 “배달 전문 매장이다 보니 배달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수수료를 올릴 때마다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고 있어 문제”라며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게 1만6000원 짜리 메뉴 인데, 이것을 판매했을 때 수수료가 빠지고 9010원이 정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외식업계는 보통 재료비를 40% 정도로 잡는데, 배달 수수료가 40%인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 달 매출이 1억 정도 잡히는데, 임대료 등 제외하고 인건비가 2000만원, 재료비가 3500만원 조금 안 되고, 수수료가 3000만원 정도 나간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각한 것은 배달앱에서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집 배달 서비스가 생긴 뒤 수수료는 치솟았는데, 그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자 해도 배달앱끼리 메뉴 가격을 맞추라고 한다. 자영업자와 소통하는 소통의 창구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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