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
대통령 탄핵 신중 태도 벗어던지고
'김건희 여사' 고리로 공세 강화…
극한 정쟁 '돌림노래' 다름없나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 재재발의와 오는 11월 2일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시작으로 현 정권과 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탄핵소추 추진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불기소를 결정하자, "검찰이 4년 6개월 동안 제대로 된 수사 한 번 않고 면죄부를 줬다"고 맹비난하며 여론전의 기세를 올린 것이다.
그러나 당장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금투세, 반도체 지원, AI 법안 폐기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안 등 민생법안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상황에서, 대통령도 아닌 일개 영부인을 규탄한다는 '범국민대회'를 여는 것부터가 극한 정쟁을 예고한 돌림노래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이재명 대표와 비판언론 등에 대해서는 없는 죄를 만들어서 사냥 하듯 수사하면서 범죄증거가 명백한 김건희 씨에 대해서는 변호인처럼 굴고 있다"며, 검찰을 향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피의자 김건희 불기소처분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 이런 문자를 주고받고 7초 후 김건희 씨가 직접 8만 주 매도 주문을 했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우연히 주문했다' 하고 검찰은 '그렇죠. 우연이셔야죠'라며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5년을 질질 끌며 그 흔한 은행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고 '면죄부'를 상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씨는 불소추특권을 누리는 실질적인 대통령이 됐고 검찰은 김 씨가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개가 됐다"며 "심우정 검찰총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해 모두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김 여사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영장청구조차 안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민을 상대로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그간 대통령 탄핵 문제에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며 다른 현안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한 것을 도화선으로 대통령실에 대한 각종 의혹에 '김 여사'라는 고리를 강화해 윤 대통령 탄핵을 향한 날을 한층 더 세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처분과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을 탄핵할 방침이다. 지난 18일 열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검찰을 향한 맹공을 이어갔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대통령 부부를 위한 친위 수비대, 중전마마를 보위하는 신하, 김 여사가 만든 쓰레기를 치워주는 해결사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의 전현희 의원은 "대한민국 검찰이 김건희 여사 로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4시간 동안 검찰의 브리핑은 마치 변호사가 자신이 변호하는 의뢰인에 대해서 최후 변론 요지서를 낭독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달초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새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총장 탄핵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것은 23년 만이다.
탄핵소추 외에 민주당이 재재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으로 14가지를 담았다.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외압 의혹 등 8개 의혹에 △김 여사 지방선거·총선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 씨를 통한 불법 여론조사로 김 여사가 대선후보 경선 때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 △명 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폐기된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8가지)보다 6가지가 늘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에 수사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김건희 (개별) 특검과 상설 특검, 국정감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김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책임을 묻고 끝장낸다는 각오"라고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내용만 바뀌었을 뿐 극한 정쟁성 내용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계속된 단독 입법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강대강 대치 구도가 도돌이표처럼 이어져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검찰총장 탄핵 추진과 더불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추진은 온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라며 "그렇다고 민주당이 안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그쪽(국민의힘)에게 묻는다면 더욱 여당이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김 여사 문제는 털고 가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에는 여당도 (특검법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당분간 여야 간 첨예한 견해 차이가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큰 만큼, 민생을 위한 대의(大義)를 명분으로 쉽게 결과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포함해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을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벼르며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국정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간 힘 싸움이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금투세 관련 현안, 반도체 지원, AI 육성 고준위 방사능 폐기 등 민생 관련 법안을 부지런히 민주당이 다루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며 "여야가 협의한 민생현안협의체도 구성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