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독주 체제 깨지지만
새로운 독점구조 형성 가능성
티빙·웨이브 합병에 따른 거대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장이 머지 않은 가운데 업계에선 이에 대한 긍정·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인기 콘텐츠 수급,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의 경쟁력 강화로 넷플릭스 독주 체제가 깨질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일각에선 CJ와 지상파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새로운 독점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OTT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 본계약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안 도출을 남긴 상태다. 업계는 양사가 연내 합병할 것으로 전망한다. 두 회사는 수개월째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해 관계사들이 각자 이익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견을 보이면서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비율은 1.6대 1 정도, 기업 가치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이 지체되는 사이 넷플릭스는 네이버와 손잡고 국내 시장 1위 굳히기에 나섰다. 내달부터 네이버 멤버십 ‘네이버플러스’ 디지털 콘텐츠 혜택에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를 추가하기로 했다. 국내 IT(정보기술) 기업 멤버십에서 넷플릭스 이용권을 제공하는 곳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국내 대표 플랫폼과 공조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이와 동시에 ‘흑백요리사’ 등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167만명, 티빙은 787만명이다. 그러나 증가 속도는 티빙이 더 빠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6월보다 125만명, 티빙은 135만명 늘었다. 티빙은 한국프로야구(KBO) 온라인 독점 중계권을 얻어 야구팬을 결집시키며 넷플릭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반면 웨이브 MAU는 427만명으로 6월 대비 225만명 줄었다.
OTT 업계에선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두고 시각이 나뉘고 있다.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티빙·웨이브 주요 주주인 CJ와 지상파의 채널이 합병 OTT에서 우선적으로 노출되면 유료방송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료방송은 지상파와 CJ 계열 채널을 주요 콘텐츠로 삼아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은 국내 플랫폼들이 힘을 합쳐야 글로벌 OTT를 장악한 넷플릭스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 시 총 이용자 1214만명을 확보해 점유율 약 36%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넷플릭스 점유율 약 34%를 뛰어넘는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빙·웨이브 합병은 국내 OTT 산업을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CJ 중심의 독점 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합병이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