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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IPO 심사 문턱에 중도 포기 기업 속출 '우려'


입력 2024.10.24 07:00 수정 2024.10.24 07:00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올 들어 42곳으로 급증…역대 최대

거래소, TF 설치 등 심사 눈높이 올려

“증시 입성 환경 악화에 자발적 철회 늘어날 듯”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 절차를 밟다가 중도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반도체 기업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거래소 등 금융당국의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 후 철회한 기업(이전상장·재상장 제외)은 총 4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2곳)와 비교하면 63% 급증한 수준이다. 아울러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2021년(40곳)도 넘어섰다.


올해 예비 상장기업들이 상장을 줄줄이 포기하고 있는 이유는 작년과 올해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가운데 거래소 및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은 기존 대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의 심사 철회는 거래소의 심사 과정에서 잠정적 미승인 통보를 받은 뒤 이뤄진다. 공식적으로 ‘미승인’ 딱지가 붙기 전 자발적으로 심사 철회 후 보완해 상장에 재도전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의 기업이 실질적으로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작년 이른바 파투 뻥튀기 상장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파두는 작년 8월 1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유니콘으로 불리며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다만 파두는 같은 해 3분기 매출액이 3억2081억원으로 전년 대비 97.6% 급감하는 등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80억원으로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목표치 1203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에 거래소에서는 올해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한 기업을 중심으로 예비상장기업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거래소는 올해 6월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기술특례상장 기업과 일반상장 기업 심사를 분리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거래소는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를 취소한 바 있다.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를 번복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 증권사 IPO 업무 담당자는 “작년 연말과 올해 초 펀더멘털이 좋지 못한 기업들도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을 기록하고 상장 첫날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장을 문의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며 “다만 하반기 들어 깐깐한 심사에 대한 부담과 IPO 시장의 열기가 식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선제적으로 상장 절차를 철회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거래소 심사를 앞둔 예비심사기업도 거래소의 최종 심사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거래소의 심사 대기 중인 기업만 해도 43곳인 가운데 연말까지 상장 취소 발표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케이뱅크가 수요 예측 부진으로 두 번째 상장 철회를 발표하면서 IPO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이라며 “알짜기업에만 자금이 몰리는 옥석 가리기 심화되면서 연내 증시 입성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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