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북한군 1만 1000여명
러시아에 장사정포까지 수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러시아군 소속으로 드론 대응훈련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선 전면 투입에 앞서 러시아군이 현지 전투 노하우를 전수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군 파병 관련 사안 등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11군단 중심으로 구성된 북한 파병군 규모를 1만10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당 인원은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마치고 10월 하순경 러시아 쿠르스크에 이동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현재 러시아 공수여단이라든지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 및 드론 대응훈련을 받고 있고,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쿠르스크 지역은 평원지대로, 은폐·엄폐가 어려워 드론 활용도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1인칭 시점(FPV) 드론 공격에 상당한 피해를 입어왔다.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각종 영상 등을 살펴보면, 개당 50만 원가량에 불과한 소형 드론으로 러시아 병사 및 차량에 대한 자폭 공격이 손쉽게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포탄처럼 소모되는 전장에 북한군이 투입될 경우,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해 왔다. 북한과 러시아도 관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 실전 투입에 앞서 드론 대응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은 이날 보고에서 전장 상황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역정보 생산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북한군 사상자 발생 등 관련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가 상충하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 작전 수행 상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보당국은 북한의 군수물자 추가 수출 동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이 포탄과 미사일에 이어 170㎜ 자주포,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까지 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 4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데 대해선 "체류 일정을 하루 이틀 연장하면서까지 푸틴을 만나고자 했던 북한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면담이 러시아 공휴일에 성사된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중요한 사안들이 논의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의원은 "앞으로 북한이 과연 어떤 무기 혹은 장비,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받아올지에 대해 국정원이 계속해서 밀착 주시하도록 하겠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