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3개 기관 모두 역대 최고치
9월 월세 차지 비중 42.6%…증가세
“매수 관망세 짙어져…전월세 임대차로 이동중”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이자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월세로 유입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처럼 월세 수요가 증가하자, 집주인들도 월세 호가를 올리면서 월세 상승세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21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118.0을 기록했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 역시 119.6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KB부동산의 월세지수 집계는 중형(전용면적 95.86m²) 이하 아파트가 대상이다.
국내 다른 시세조사 기관에서도 월세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월세지수는 부동산R114가 150.3(10월), 한국부동산원 103.6(9월)으로 각 조사 기관의 기준 시점과 조사 방식은 각각 다르지만 모든 기관에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세다. 지난 8월 전·월세 거래 1만9216건(전날 기준) 가운데 월세는 7499건으로 39.0%를 차지했으며, 9월에는 42.6%(1만4649건 중 6241건)로 증가했다.
강남권에선 월세가 급증한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84㎡)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75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앞서 지난 7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90만원과 비교하면 약 2배가량 오른 금액이다.
같은 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94㎡)는 보증금 8억원에 월세 500만원에 계약됐다. 이는 전월 대비 100만원 가량 오른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함께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제한 등 전방위적인 가계 대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포인트를 적용한다.
이에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이 같은 월세 수요 유입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전방위 대출규제 영향으로 9~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7~8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매매시장 위축 분위기가 가격 변동률에도 전달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신축 공급을 통해 수요가 자연스럽게 분산된 상황은 아니어서 오갈 곳 없는 수요가 대체재인 전월세 임대차로 이동 중”이라며 “임대차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면 매매거래가 위축되는 사이 전세 거래량은 늘어날 조짐이며 월세 가격 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매월 경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