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속도 빠른 금리 인하
"극심한 내수부진부터 살리자"
부작용 막기 위한 뒷받침 필요
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를 또 다시 인하했다. 시장의 예상과 다른 깜짝 인하였는데, 그만큼 우리 경제의 내수 회복이 더디고 경기 침체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깔린 판단으로 해석된다. 치솟는 환율과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숙제로 남은 상황에서 한은의 추가 인하 속도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연이어 두 번 금리 인하를 단행한 건 2009년 2월 이후 15년 만이다.
금통위는 금리를 낮춰 성장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설명한 금리 인하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예상보다 더딘 내수 회복세다. 이날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기존 전망치보다 0.2%p 내려 잡았다. 이는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됐음을 인정한 격이다. 앞서 3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예상치였던 0.5%보다 낮은 0.1%를 기록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 대선으로 인한 대외 리스크가 커져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임기를 시작하면 강력한 관세 폭탄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수출 관련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 대선 결과 상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차지하는 레드스윕도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는 예상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가 수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혁이 먼저고, 금리 조정은 단지 수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금융 배경을 만드는 데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한 것도 금리 인하를 선택할 수 있었던 뒷배경이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로 한달 전보다 상승 폭이 0.03%p 줄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적어졌다. 한은의 통화 완화 정책의 발목을 잡았던 집값과 가계부채 역시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다만 미 달러화가 강세로 올라서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치솟는 환율을 이유로 한은이 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특정 환율 수준을 위기로 보지 않는다"면서 "미 대선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절하했지만 최근 숨을 고르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인하는 극심한 내수 부진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고, 아울러 경기위축에 대해 재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인하를 불렀다"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진작에 효과적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출금리 하락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율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무척 높은 상황이라 재정당국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 금통위는 향후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으로 입수되는 대내외 경제지표를 보면서 금리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 및 환율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답했고, 3명이 3.00% 유지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