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회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것에 대해 성장 부진에 대해서 무게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월 통방 이후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인하와 동결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도 안정세에 들어섰고, 가계대출 리스크도 당분간은 관리되는 수준에 들어섰지만, 성장과 관련해서는 수출 경쟁이 심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 다만 미달러가 강세되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2명이 동결 소수 의견을 냈다. 물가와 가계부채의 리스크가 많이 잡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았지만, 성장 부진과 금융 안정성의 상충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3분기 수출증가세가 크게 낮아진 건 일시적이라기 보다는 경쟁국가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등 구조적 원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미 상·하원이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스윕' 역시 예상 밖인 만큼 이 두 가지를 반영해서 금리를 하향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가 경제성장률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0.25%포인트(p)를 낮추면 성장률이 0.07%p 오를 것으로 계산됐다"면서도 "그러나 현재는 금리가 이미 높아져 있는 상태다 보니 인하 속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를 낮춤으로써 수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느냐고 보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수출은 금리보다는 대외 여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가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먼저고, 금리 조정은 단지 적절한 금융 상황을 만드는 데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의 정책 협조를 통해서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서 인하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졌다는 '실기론'에 대해서는 "지금 판단할 것이 아니라 1년 후 다양한 경제 상황을 반영해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리 하락 속도에 따라 기대심리에 영향을 크게 끼쳐 가계부채나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다행히 지난 8월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함으로써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했고 이에 따른 동요를 막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때 쉬어갔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승 동력을 막았단 점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 총재가 최근 국무총리 후보로 급부상한 것과 관련해선 "저도 준비해왔다"며 적어온 종이를 꺼냈다. 그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 바 현재 업무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현 3.25%인 기준금리를 3.00%로 0.25%p 낮췄다. 금통위원 6명 가운데 3명은 3개월 뒤에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