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주관사로 UBS 선정
하나금융 인수 후보 거론
어두운 업황·높은 몸값 등
새 주인 찾기 쉽지 않을 듯
국내 5위 신용카드사인 롯데카드가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다시 나왔다.업계 중위권이라 시장 판도를 바꿀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고 있지만, 카드업계의 업황이 밝지 않은 데다 몸값이 높아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지분 59.83%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UBS를 선정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에 나선 것은 2022년 이후 두 번째다. 시장에서는 현재 롯데카드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는 금융지주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인수 후보군 중 1순위로 하나금융지주가 꼽히고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카드를 갖고 있지만 업계 중하위권으로 향후 롯데카드와 합병 시 중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롯데카드에 대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2019년 롯데카드가 처음에 시장에 나왔을 때 입찰에 참여했지만, MBK파트너스-우리금융 컨소시엄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2022년 8월에도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본입찰이 불발된 바 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해 하나카드와 합병할 경우 하나카드는 업계 중상위권까지 올라설 수 있다. 하나금융은 현재 은행을 제외한 ▲카드 ▲보험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업계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을 보면 신한카드가 20.6%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현대카드 19.2% ▲삼성카드 18.6% ▲KB국민카드 16.2% ▲롯데카드 10.7% ▲우리카드 7.3% ▲하나카드 6.8% ▲BC카드 0.6% 순으로 집계됐다.
KB금융도 또 다른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중상위권인 KB국민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합병할 경우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과거와 달리 우리금융지주는 유력 후보에서 제외됐다.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 중인 2대 주주로 인수 여부 우선검토권을 갖고 있다. 우선검토권은 MBK파트너스가 특정 원매자와 매각가를 합의하면 해당 가격에 인수 가능 여부를 우선 검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 정기검사와 동시에 진행 중인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으면 우리금융이 시도하는 M&A가 무산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비금융을 강화하고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카드 인수까지 도전하기에는 무리라는 평이다. 우리금융의 정기검사는 지난달 15일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3주째 재연장 돼 여전히 진행 중이다.
누가 롯데카드 인수를 하던 카드시장의 판도는 뒤집힐 예정이다. 그러나 카드를 한 장만 갖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인 만큼 단순 시장 점유율을 합산해 계산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카드 시장은 이미 포화됐기 때문에 단순히 다른 카드사를 합병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극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는다"며 "시너지를 내기에는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카드의 최근 실적 둔화도 한 몫한다.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 중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카드사는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아울러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 알려진 MBK파트너스의 매각 희망가는 3조원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롯데카드의 북밸류는 3조원이 넘는다"라면서도 "현재로선 주관사 선정 외 진행된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면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겠지만, 카드업황 자체가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금융그룹들도 현재 자기자본이익률 확충 등을 비롯해 다양한 현안이 있어 롯데카드 매각이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