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4 정기 임원인사 실시
성과주의 기조 지속… 글로벌 성과낸 인물 중심 발탁
사장단 부터 임원까지 호실적 이끈 '재무통' 대거 승진
불확실성 짙어진 내년… 수익성 개선 '최대 임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재무통'들을 핵심 포지션에 전진배치했다. 앞서 재무 분야에 몸담으면서 현대차그룹의 실적 확대를 이끈 주역들을 대거 승진시킨 것이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통해 리더십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10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현대차 73명, 기아 43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39명에 대한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경영을 맡은 이후 철저한 성과 및 능력주의에 기반한 인사를 단행해 왔다. 올해 역시 글로벌 성과에 기여한 인물들이 대거 승진했는데, 올해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재무통'으로 요약된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지난해 대비 올해 판매량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수익은 상승세를 그린 만큼, 이를 전면에서 이끈 재무 담당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승조 기획재경본부장은 현대차가 재무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 임무를 총괄하는 CFO(최고재무책임자)로서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을 지켜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9.3%로, 올해 역시 8%를 초과달성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2030 전략을 수립하는 등 CFO와 함께 겸직한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의 역할도 인정받았다.
노무라증권, 미래에셋 대우를 거쳐 현대차에서 줄곧 재무분야에 몸 담았던 구자용 현대차 IR 담당 전무 역시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전원 ‘A등급’ 획득하고, 특히 인도법인 IPO 성공을 견인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기아도 지난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재무 목표 초과 달성의 공로를 인정받은 구 재경본부장 주우정 사장이 이미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내정된 바 있다. 주 사장 역시 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꼽혀온 인물이다. 그는 기아 CFO로서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꾸준한 전기차 신차 출시와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드차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12%대까지 대폭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기아 재경본부 내 요직과 미국판매법인 재무총괄 등을 거친 김승준 상무도 전무 승진 및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보임됐다.
지난해 현대제철 사장(CEO)에 오른 서강현 사장 역시 현대차의 오랜 재무 전문가로서 현대제철의 구원투수로 발탁된 바 있다. 서 사장 역시 현대차 경영관리실장,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을 거쳐 현대차 CFO를 역임한 바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와 수요 둔화가 지속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에 대한 믿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2번째 시장인 국내에서 올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크게 부진했던 데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전부터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주장하는 만큼, 현대차는 미국 외 공장에서의 수출 시 수익성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통들의 수익성 개선 임무가 어느때보다도 무거운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인사는 내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조직과 리더십을 최적화하는데 집중한 결과"라며 "향후에도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과감한 발탁과 육성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