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탄핵정국으로 투자자 불안 증폭
올해 공들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도 좌초 위기
정책 표류 빈번…금투세 폐지도 어렵게 실현
정치적 혼란 리스크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정치권의 돌발 변수와 갈등은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올 들어 정부가 증시 체질 개선을 목표로 추진해 온 밸류업 정책도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에 휘감겨 있는 형국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은 정치적 혼란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코스피지수는 지난 4거래일간(12월 4~9일) 5.58%(2500.10→2360.58), 코스닥지수는 9.23%(690.80→627.01%) 하락했다.
이어 10일 금융당국과 연기금의 개입으로 급락장이 하루 만에 진정되긴 했지만 회복세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증시가 정치 리스크에 따라 언제든 폭락 장세로 급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탄핵 대치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공을 들인 밸류업 정책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도 정치적 변수에 휘말리며 실효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 곳곳에서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대기업들은 정부와 주주의 압박 속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지만 계엄 후폭풍으로 주가가 급락하며 대규모 주주 환원 정책이 오히려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과 시장 전반에 이중고를 안기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의 혼란과 갈등으로 자본시장 관련 정책이 표류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여야가 대립하며 시행과 폐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 온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그 중 하나다.
당초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정치권의 논의 과정에서 폐지와 유예, 보완을 둘러싼 논란으로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결국 금투세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긴 했지만 지리한 논의 과정은 투자자들에게 깊은 피로감을 남겼다.
만약 과거 우리 증시가 겪어 내야만 했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리스크들이 없었다면 지금 밸류업이 필요할 정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작금의 사태를 보면 십분 이해가 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탄핵정국으로 촉발된 리스크들을 방어하는데 급급한 상황으로 증시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투자자들의 불신도 누적되고 있다. 밸류업은 커녕 고질적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팽배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증시의 외부 충격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을지언정 적어도 정치적 혼란이 더 이상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하루 빨리 정치적 혼란이 해소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 ‘밸류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