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모두 LCR 100% 웃돌아
코로나發 완화 적용 덕분 여유
내년부터 기준 정상화에 '글쎄'
불확실성 대비 여유 확보 지적
국내 5대 은행의 유동을 보여주는 지표가 모두 규제 마지노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금융권의 유동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문제가 될 만한 은행은 없다는 의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화된 기준이 적용돼 오다가 내년부터 정상화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각 은행들의 해당 수치가 규제 하한선에 턱걸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보다 여유로운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지난 9월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4.9%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p) 낮아졌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행 건전성 지표다.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LCR이 113.7%로 같은 기간 대비 8.8%p 떨어졌지만, 여전히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최고치를 유지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104.2%로, 하나은행은 103.3%로 각각 2.1%p와 2.5%p씩 LCR이 높아졌다. 신한은행 역시 102.3%로, 우리은행은 101.2%로 각각 1.8%p와 0.7%p씩 LCR이 올랐다.
은행권의 유동성에 새삼 시선이 쏠리는 건 갑작스레 불거진 정치적 불안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대통령 탄핵 등으로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은행 등을 포함한 주요 금융그룹들은 최근 지주사의 지휘 아래 비상 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과 자본비율 관리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인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지난 9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을 불러 자회사들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업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 운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더해 은행 입장에서는 LCR 규제 변화가 또 다른 변수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은행권이 지켜야 할 LCR 하한선을 일시적으로 낮춰 왔다. 유동성 규제가 시장에 대한 은행들의 자금 공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이에 따른 현재 은행권의 LCR 준수 기준은 97.5%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코로나19 이전처럼 100%의 규제 비율이 다시 시행된다. 당장 다음 달부터 LCR 규제가 전면 정상화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은행들의 LCR은 규제 하한선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평소보다 넉넉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겠으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파는 그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금융사로서는 경영의 기반인 유동성을 기준보다 충분하게 확보하는 방향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