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내 비중 70%대마저 '붕괴'
자산운용 덕에 성적은 오르지만
핵심 상품 위축에 본업은 '제동'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거둔 이익에서 보험사업의 몫이 70%대 아래까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게 나아진 자산운용 성적에 힘입어 전반적인 실적은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본업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생명보험시장의 영업을 이끌어왔던 핵심 상품들이 점차 힘을 잃으면서 업계 자체가 서서히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맴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2개 모든 생보사들이 거둔 영업이익에서 보험 부문 손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65.8%로 전년 동기 대비 5.2%포인트(p) 낮아졌다. 생보사들이 벌어들이고 있는 돈 가운데 보험영업에서 발생하는 실적이 이제 3분의 2도 안 된다는 뜻이다.
빅3 생보사의 영업이익 내 보험손익 비중만 놓고 보면 삼성생명이 62.5%로, 한화생명은 53.4%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8.2%p와 31.7%p씩 떨어졌다. 교보생명의 해당 수치는 7.7%p 높아졌지만 46.1%에 그쳤다.
생보업계의 이같은 보험사업 비중은 손해보험사에 비해 10%p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조사 대상 기간 손보업계의 영업이익 중 보험손익의 비율은 73.2%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생보사들의 표면적인 성적은 나아지고 있다. 생보업계의 영업이익은 총 6조9277억원으로 13.5% 늘었다.
이는 자산을 굴려 얻는 투자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효과가 크다. 실제로 생보사들의 투자손익은 2조3707억원으로 33.7%나 증가했다. 보험손익도 4조5570억원으로 5.3% 늘기는 했지만, 투자 부문의 증가율에는 크게 못 미치는 현실이다.
생보업계의 보험영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말 그대로 팔 만한 주력 상품들이 하나둘 힘을 잃고 있어서다.
생보사만 팔 수 있는 종신보험은 규제의 대상이 돼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단기납 종신보험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생보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을 짧게 하는 대신 일정 기간 계약을 유지하면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주겠다는 게 골자인 상품이다.
그런데 생보사들이 해당 상품의 환급률을 경쟁적으로 올려 고객들을 유혹하면서 문제가 됐다. 보험료를 5년 또는 7년 납입하고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보험료를 130% 넘게 환급해 주겠다는 식이었다.
결국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둘러싼 경쟁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판매 제지에 나섰다.
가뜩이나 종신보험은 서서히 수요에 제약이 걸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종신보험은 계약자 사망 시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하지만 사회 안전망 강화로 이 같은 보장에 대한 수요는 날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대신 상해보험이나 질병보험 등 생존해 있을 때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생보사들의 덩치를 한껏 키워줬던 저축성 보험도 이제는 팔기가 꺼려지는 상품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험사에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탓이다.
IFRS17에 따라 저축성 상품은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 규모가 크고 부채로 잡히게 된 만큼,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관리가 까다롭게 됐다. IFRS17 시행으로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이 크게 확대된 까닭이다.
한때 생보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변액보험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생보사들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변액보험을 통해 올린 수입보험료는 9조3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줄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를 기반 펀드에 투자하고 그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생보업계의 투자 상품이다. 다만 이 때문에 주식시장 등 투자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판매량이 널뛰기를 벌여 왔다. 이렇게 수익률 측면만 부각되면서 근본이 장기 상품인 보험으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이다.
결국 생보사들 입장에서는 질병이나 간병에 대한 보장처럼 소비자들이 보험을 통해 바라는 상품 판메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손보업계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한 영역이다. 이미 포화 상태로 평가되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의 실적과 성장에서 자산운용도 핵심축이지만, 궁극적으로 보험료 매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어야 투자 활동도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상품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 생보업계로서는 장기 지속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