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중소가맹점 304만6000곳 부담 덜어
2007년 이후 17년·15차례 연속 줄곧 인하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3년→6년 늘렸지만
3년마다 점검한다는 조항 달아 '유명무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3년 만에 또 인하됐다. 내년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가 모두 낮아지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사실상 수수료 '제로'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가뜩이나 낮은 수수료로 본업에서 조차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카드사는 이번 인하를 기회로 '비용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0.50%→0.40% ▲연매출 3억~5억원 1.10%→1.00% ▲연매출 5억~10억원 1.25%→1.15% ▲연매출 10억~30억원 1.50%→1.45%로 각각 인하된다.
체크카드도 ▲연매출 3억원 이하 0.25%→0.15% ▲연매출 3억~5억원 0.85%→ 0.75% ▲연매출 5억~10억원 1.00%→0.90% ▲연매출 10억~30억원 1.25%→1.15%로 하락했다. 이번에 조정된 수수료율은 내년 2월 14일부터 적용된다.
이날 오후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적격비용 산정 결과 연간 수수료 부담 경감 가능액은 3000억 규모로 분석됐다"며 "최근 전반전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적격비용은 신용카드의 ▲자금조달 비용 ▲대손비용 ▲일반관리비용 ▲VAN사 승인·정산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해 산출된다. 금융당국은 적격비용을 근거로 3년마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를 결정하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은 적격비용 재산정 때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줄곧 내려왔다. 역시나 이번에도 '인하'를 결정함에 따라 카드수수료는 2007년 이후 17년, 15차례 연속 인하됐다. 매 주기마다 수수료가 인하됨에 따라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됨에 따라 신용판매에서의 적자폭은 더욱 확대되어 카드사 부담 가중이 예상된다"며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카드업계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겸영·부수업무 확대 등 규제완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는 토대 마련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304만6000곳은 평균 8.7%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연간 20만원의 수수료가 경감된다.
신용카드 등 매출세액 공제제도를 감안하면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가맹점까지는 대부분 신용카드 수납에 따른 카드수수료 부담 보다 공제받는 금액이 더 큰 상황이다. 신용카드 등 매출세액 공제제도는 오는 2026년까지 연매출액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 매출액의 1.3%를 부가가치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대다수의 영세 소상공인은 카드수수료 부담이 현저하게 낮아 이번 정책의 체감은 낮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카드사의 비용 절감을 불러일으켜 소비자들의 혜택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융위는 현재 3년마다 이뤄지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원칙적으로 6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대내외 경제여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카드사의 영업·경영상황 등을 3년마다 점검해 적격비용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적격비용을 재산정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원칙적으로 6년이라고 말했지만, 3년마다 점검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지금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라며 "이번 인하로 카드사들은 비용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무이자할부를 비롯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일제히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