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9일 양곡법 등 농업 4법 재의요구 의결
농식품부 "시행 곤란 법률, 재의요구 방법 뿐"
정부는 19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 등 농업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했다. 정부는 탄핵 정국에도 농업 4법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이미 한 차례 정부에서 재의 요구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쌀 초과생산량 의무매입’ 이외 양곡의 시장가격이 평년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가 추가됐다.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고착화, 이로 인한 쌀값 하락 심화, 쌀 이외 타작물 전환 저해,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정부는 주장했다.
정부는 ‘양곡법 개정안’의 취지를 감안해 2024년 수확기 쌀값을 조기에 안정시키고자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이른 시기인 9월 10일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장기적인 쌀 수급 안정과 소비자 수요에 기반한 고품질 중심 생산체계로 쌀산업을 전환하기 위해 12일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마련한 바 있고, 쌀값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안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때 그 차액을 보전하도록 하는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방식의 가격안정제도가 도입될 경우 영농 편의성과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이 쏠려 수급·가격 변동성 심화, 지원대상 품목 선정과정에서 농업계 내 불필요한 갈등과 과도한 재정 부담 등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농안법 개정안’의 취지를 감안해 주요 농산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 주산지별로 생산자단체와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현장중심 선제적 수급관리체계 구축, 생산자 대표조직인 자조금단체의 기능과 권한 강화를 위한 자조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보험료율 산정 시 자연재해 피해에 따른 할증을 배제하는게 주된 골자다. 재해위험도에 비례해 보험료율을 정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보험 상품으로의 유지가 어려워지고,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 등이 야기될 우려가 존재한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정부는 농업재해보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 품목, 보장 재해 범위, 보장 수준 등을 확대하고 있다. ‘재해보험법 개정안’의 취지와 현장 의견을 감안해 농작물재해보험 할인·할증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또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를 보상하는 농업재해보험 이외에 2025년부터는 시장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입 손실을 보상하는 농업수입안정보험을 단계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재해대책법 개정안’은 재해 발생 시 기존 복구비 이외에 생산비까지 보장하는 내용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상 국가 재해지원 내용과 상충(응급복구, 생계안정 등), 타 분야와의 형평성, 재해보험 가입 유인 약화 등이 우려된다.
정부는 ‘재해대책법 개정안’의 취지를 감안해 올해 재해 복구지원 단가를 평균 23% 인상하고, 농기계 및 시설·설비 등 80개 지원항목을 추가했다. 앞으로도 실거래가를 고려해 복구비 지원단가를 현실화하고 있다. 지원항목 세분화·신설 등 재해를 입은 농업인이 영농활동을 신속히 재개할 수 있도록 복구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 법들이 시행되면 집행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요청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업·농촌이 나라의 근간이고 농업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은 국회나 정부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법 개정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실행가능한 대안을 추가적으로 논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농업인 소득 향상 및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더 전향적인 자세로 대안을 검토하고, 국회와 적극 소통하면서 이견을 좁혀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