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 대안으로 경쟁 와중
한 해 동안만 규모 25조 키워
고금리發 부실도 최소화 '주목'
신한은행이 최근 한 해 동안에만 기업대출 규모를 25조원 가까이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조이기에 나서자 은행들이 기업대출 사업을 대안으로 삼으며 경쟁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누구보다 확실히 가속 페달을 밟으며 남다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대출의 질이 은행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이같은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까지 성공하며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기업여신 잔액은 총 1016조57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기업여신 보유량이 219조641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6%(24조5383억원) 늘며, 액수 기준으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에서 나간 기업여신이 194조7452억원으로 13.9%(23조8266억원) 늘며 성장세가 가파른 편이었다.
이밖에 국민은행 역시 222조9716억원으로, 하나은행은 215조8415억원으로 각각 6.8%(14조1518억원)와 4.5%(9조3046억원)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기업여신도 163조3735억원으로 4.5% 늘었다.
은행권이 이처럼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나선 배경에는 규제에 따른 반사작용이 자리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잡아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거세지면서 개인 영업에 힘을 실을 수 없게 된 은행들이 그 대신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렇게 불어난 기업대출에서 부실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총 4조3817억원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에만 33.4%나 증가했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기업대출을 둘러싼 건전성이 나빠지는 건 장기간 이어진 높은 금리와 그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때문이다.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출을 끌어 쓴 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올해 8월까지 유지해 왔다.
눈에 띄는 건 이 와중에도 신한은행만큼은 기업대출 부실을 소폭이나마 축소시켰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기업대출을 더 많이 확장해 온 은행이 도리어 리스크 억제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은 6743억원으로 1년 새 0.7% 줄었다. 반면 국민은행은 1조1836억원으로, 농협은행은 1조471억원으로 각각 73.3%와 51.6%씩 관련 액수가 급증했다. 하나은행 역시 9402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365억원으로 각각 22.2%와 16.1%씩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이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꼭 금융당국의 규제가 아니더라도 기업금융 확대는 은행권이 장기적으로 추진했을 사업 전략"이라며 "다만 팬데믹 악재와 고금리가 이어지며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부실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향후 지속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