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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금리 결정 앞둔 한은 금통위…경기와 환율 사이 ‘딜레마’


입력 2025.01.10 13:41 수정 2025.01.10 15:13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탄핵 정국에 항공기 참사…정치적 불확실성 속 내수 냉각

고환율 장기화 조짐…트럼프 취임 등 늘어난 변수에 ‘고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5년 범금융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1주일 앞으로 다가 온 이번 금통위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이번에도 금리를 인하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는데 이번에 인하가 단행되면 15년 만에 3회 연속 금리 인하가 이뤄지게 된다.


당초 가라앉은 내수를 되살리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린 듯 했지만 1500원선을 위협하는 고환율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 비상계엄조치에 따른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새로운 변수마저 등장하면서 금리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6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4년 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한 후 11월에도 연속으로 금리를 내리며 속도를 붙였다. 이에 3.50%이었던 기준금리는 현재 3.00%로 내려왔다.


한은의 통화 완화 정책에도 아직까지 국내 내수는 얼어붙은 상황이다. 고물가에 더해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식은 탓이다. 게다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결되기도 전에 무안공항 참사가 겹쳐 지난해 연말 내수 경기는 더욱 냉각됐다.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하면서 6개월 전 전망보다 0.4%포인트(p) 내렸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을 1.9%로 발표했지만 이후 발생한 비상 계엄 사태를 반영해 오는 2월 전망에는 이보다 더 낮게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쉽사리 추가 인하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치솟은 환율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금통위 회의를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 후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다시 내리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압력이 강해지고 수입 물가가 올라 결국 소비자물가 마저 치솟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경기 개선 효과는 미미한 상황에서 물가만 상승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결국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딜레마적인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라는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 정책에 따라 강달러가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직면한 모든 문제에 ‘관세’를 언급하며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상반기 내 금리를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은 역시 지난해 말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발표하며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및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올해도 금리 인하를 추가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결정을 놓고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인하 의견에 힘이 실려왔지만 최근 들어 시점과 속도를 감안해야 한다며 동결 의견도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고환율과 지난 2차례 연속 인하 효과를 점검했을 때 물가 오름세 둔화,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11월 금통위 보다 높은 수준이고 12월 소비자물가도 1.9%로 예상보다 크게 반등했다”며 “통화 정책의 효과를 고려하면 1월은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명의 금통위원들마저 동결과 인하 의견이 3대 3으로 팽팽히 갈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최종 결정권)를 행사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통위원들간 의견 상충될 경우 결국 이창용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금통위는 한은이 성장과 금융 안정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있고 있는 지를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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