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계좌 개설 불가로 스타트업·기업 운영에도 차질
전문 투자자 참여로 시장 효율성 제고·불공정 거래 감소 기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투자자 중심에서 벗어나 건전한 금융시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인 투자자 참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는 여전히 개인 투자자 위주로 운영되면서 불안정성이 크고,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제한되면서 시장의 신뢰도와 유동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법인을 통한 안정적인 투자 유입이 필요하며,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에서 이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미국의 디지털자산 입법 동향을 분석하고 한국의 법인 투자자 참여 확대 및 규제 정비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포럼에는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센터장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투자자 위주로 운영되며, 법인의 참여가 제한돼 있다. 개인들이 스스로 시장을 예측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종섭 교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높은 가격 변동성과 스캠(사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중앙화거래소(CEX) 위주 시장으로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은 가상자산의 가치가 아닌 가격에 매매가 이뤄져 급등락이 심하다"며 "미국은 기관투자자 위주로 블록체인 장부를 통해 국채,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토큰화·디지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센터장도 미국이 이미 가상자산 규제를 명확히 하면서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규정하고 법적 불명확성을 해소했으며, 기관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시장이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법인 투자를 허용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황현일 변호사는 "법인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시장 진입이 차단돼 있다"며 "이미 코스닥 시장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더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법인 투자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 발제 이후 이뤄진 토론에서도 법인 투자를 위한 계좌 개설 허용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현재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는 100%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며 "특히 법인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고 싶은 사업자들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 해외에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가상자산 사업자 다양화 등을 위해서라도 법인 계좌 개설 허용이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 외에도 현재로서는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법인들은 가상자산을 대표나 직원 명의의 개인 계좌를 통해 현금화하는 등 불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이는 법인의 회계처리 및 세무 신고에서 혼란을 초래하며, 금융당국의 관리에서도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법인이 가상자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인 계좌 개설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성진 금융위원회 과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다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에서 진입규제와 관련해 가상자산업 다변화 내용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법인 투자 진입 허용과 관련해서 공시 등을 포함한 부작용을 완화할 장치 검토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