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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은 됐고 '인생은 실전이야 종만아' [D:쇼트 시네마(109)]


입력 2025.02.16 10:46 수정 2025.02.16 10:4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러닝타임 17분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영화감독이 꿈인 민식(손용범 분)에겐 오래된 영화과 졸업장 한 장만 덩그러니 있다. 지원을 해도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입시생 종만(송병훈 분)이 민식을 찾아와 과외를 해달라고 한다.


민식은 영화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열정만 있는 종만을 돌려보내지만 종만은 과외비를 올리면서까지 민식에게 매달린다. 결국 종만의 과외 선생님이 된 민식. 민식은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종만에게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오라거나, 노숙을 권유한다.


사실 이 제안의 의도에는 종만이 못하겠다면서 포기하길 바라는 의도도 깔려있다. 하지만 종만은 민식은 종만의 말을 믿고 경험을 위해 빵도 훔치고 노숙도 한다.


그러던 종만이 민식이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한다. 또 종만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 위해 빵을 훔친 편의점을 찾아가 값을 지불하려 하는데 이미 민식이 계산을 끝냈다는 사실을 알고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시간이 지난 후, 경험이 없어 퇴짜만 맞던 민식은 종만과 함께했던 기억으로 시나리오를 써 영화감독이 됐다. 민식은 자신의 촬영장에서 막내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종만을 만난다. 경험이 중요해 인생은 실전이라던 민식은 종만과의 경험으로 꿈을 이뤘고, 종만은 꿈을 위해 이제 막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감독은 민식과 종만의 관계를 통해 '실전 경험이 없으면 기회도 얻지 못하는 현실'과 '열정만으로는 부족한 세계' 사이에서 창작자의 딜레마를 조명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종만이 민식이 단 한 편의 영화도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경험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스승이 정작 스스로는 실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음을 알게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냉소적으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두 캐릭터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성장한다.


'인생은 실전이야 종만아'는 경험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에서 머물지 않고 사람이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민식이 종만에게 가르쳤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결국 그 자신이 배운 것이 되었으며, 종만이 경험을 쌓는 과정은 곧 민식이 꿈을 실현하는 원동력이 됐다. 민식과 종만의 이야기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터다. 러닝타임 17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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