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00조, 전년비 00%
2% 찔금 금리에 '머니무브' 가속화
골드바·골드뱅킹 판매액 '역대 최대'
은행 예·적금 금리가 2%대로 주저앉으며 탈출한 돈이 투자 대기 자금으로 쌓이고 있다. 빠져나간 돈은 안전자산과 고위험 투자 상품에 쏠리는 추세다.
특히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 여파로 금 수요가 급증하며, 금 시장에 투자금이 몰리는 중이다. 금리인하기 은행 예금의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지며 ‘머니 무브’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9개의 기본 금리는 평균 연 2.9%로 나타났다. 9개의 상품 중 3개만 기본금리가 3%를 넘었고, 나머지는 모두 2%대에 그쳤다. 5대 은행 모두 우대 조건을 충족해야 3% 초·중반의 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금리도 하락세다. 케이뱅크는 최근 '코드K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를 연 3.00%에서 2.90%로 낮췄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만기 조건에서 연 3.10% 금리를 제공중이다. 토스뱅크는 6개월 만기 기준 연 3%를 제시한다.
저축은행업계서도 2%대 예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10%였지만,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84%로 한 달 전 대비 0.18%포인트(p) 하락했다.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376개 중 약 27%가 3% 금리에 못 미쳤다.
은행 예금 금리가 내려가면서 자금이탈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은행 예금과 대출이 모두 늘어나는 시기지만, 올해는 이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저금리와 대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은행들의 조달 유인이 낮아지며, 지난해 12월부터 은행 예적금 자금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21조1285억원이 감소했고, 올해 1월에는 4조7918억원이 또 감소했다. 이는 은행 예금 금리에 실망한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돈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에서 이탈한 돈의 상당수는 실물 금시장과 관련 대체 상품으로 이동했다. 폭증하는 금 수요로 품귀현상까지 빚어지며, 은행권 골드바·골드뱅킹 판매액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골드바 판매액은 406억345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전월 동기 판매액(135억4867만원)의 3배, 전년 동기 판매액(20억1823만원)의 20배에 달한다.
5대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13일 기준)도 896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3개 은행 잔액이 9000억원에 육박한 것은 처음이다.
한편, 금 가격 상승과 맞물려 은도 주목 받고 있다. 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2~13일 실버바 판매액은 5억2889만원으로, 전월 동기(3422만원)의 15배를 넘겼다. 금에 이어 은도 수요가 치솟으며 국민은행은 이날 실버바 판매를 중단한다. 신한·우리은행은 지난주부터 실버바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예·적금의 매력이 약해지고 국내 증시도 주춤하면서 가상자산 및 금 등 대체투자 분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당분간 이 같은 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