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면세점 작년 적자 3000억원 육박 가능성도
고환율에 가격경쟁력도 약화
희망퇴직, 폐점 등 가용 카드 모두 소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정부 지원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원은커녕 환율까지 높아지면서 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면세업계 관계자)
면세업계가 작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중단됐던 팬데믹 당시에 육박하는 3000억원대 적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19일 데일리안이 국내 주요 4개 면세점의 2020~2024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작년 면세업계 적자는 2200억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업계 맏형인 롯데면세점의 작년 4분기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최근 5년 중 가장 적자 규모가 컸던 해는 2020년이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이를 대신해 경쟁력으로 중국 보따리상을 공략, 이들에 대한 수수료가 급증하면서 4개 기업의 적자 규모가 3000억원을 넘었다.
이후 적자와 흑자를 넘나들다 작년에는 적자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롯데면세점의 4분기 실적에 따라 2020년 3000억대 적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작년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해 예년에 비해 적자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업계는 면세업계를 둘러싼 안팎의 경영환경이 역대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 기간 업계 큰 손으로 불렸던 중국 보따리상이 줄어든 데다 업계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이들에 대한 수수료 경쟁을 중단한 상황이다.
여기에 여행 트렌드가 쇼핑에서 체험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면세점 쇼핑을 즐기는 수요가 줄었다.
작년부터 고공행진 중인 환율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일부 면세품의 경우 일반 유통채널 대비 가격이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면세품의 최대 강점마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면세업계에 대한 지원은 거의 끊긴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정부가 면세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인천공항 임대료를 감면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특허수수료 50% 감면과 휴대 반입 면세 주류 병 수 제한을 없애는 등의 조치가 전부다.
업계에서는 버티기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수익성 강화를 위해 따이공 유치 경쟁을 포기하고, 비용 감축을 위해 희망퇴직과 부진점 폐점 등을 이미 진행한 만큼 자구책이라고 부를 만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천공항의 출국 수속 시간이 길어지면서 면세점도 유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보안검색 장비 문제 등으로 출국 수속 시간이 과거에 비해 지연되면서 면세쇼핑 시간이 줄어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산정해 내다 보니 매출이 떨어져도 임대료는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